취향은 21세기의 단어다. 이전까지 취미나 안목을 말하는 점잖은 단어였다면, 최근에는 그 의미가 “사물을 차별적으로 보는 능력”으로 격상됐다. 미술·패션·인테리어 취향에 대한 내밀한 탐구, 라고 부제를 단 <취향>은 이것들에 대한 제안이자 안내서다. 12년간 미국에서 미술·패션계에 몸담은 저자의 말을 빌리면, 취향은 “삶의 미세한 결들 속에 숨은 매력적이고 거추장스러운 문제”가 돼버렸다. 사실, 이제 와서 취향을 논하는 것은 고루하다. 하지만 개인적이고 사회적이며 소비지향적인 이 문제에 대해 이 책은 색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전문용어와 화려한 에피소드로 휘감은 설명이 아니라 발로 걷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진, 오감에 감상을 더한 이야기들로 주제에 대한 생각을 전한다.
자전거를 타는 것. 채식을 고집하는 것. 욕망과 절제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것. 우세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이로운 것. 스트리트 패션 사진 블로거, 안티패션주의자, 마크 제이콥스의 핸드백 디자이너부터 길에서 만난 멋진 옷차림의 할머니까지. 저자가 만난 사람들이 답하는 취향은, 결국 한곳으로 모아진다. 미적 경험과 교육으로 연마할 수 있는 성장의 대상이라는 것. 관심과 사랑으로 키우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