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의 수수께끼>는 추리단편집이다. 청색과 적색에 이어 이번에는 흑색과 백색의 수수께끼가 출간되었다. 밀실 추리, 일상 추리, 사회파 추리, 스릴러 등 다양한 분위기를 고루 갖춘 작품을 모았다. 일본의 미스터리 문학상인 에도가와 란포상 50주년에 맞춰 기획된 이 시리즈에는 1990년부터 2004년까지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작가 18인의 중단편 소설이 묶여 있다. 주의할 점은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품집이 아니라는 사실.
가장 눈길을 끄는 <저벅저벅>은 <연애시대>로 유명한 노자와 히사시의 단편이다. 화자는 마흔을 앞둔 한 주부. 남편에게 아이를 낳아주고 싶어하지만 쉽지 않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어렸을 적 트라우마. 열살 무렵 동네 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했기 때문이다. 3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우연히 소년의 환영을 목격한 그녀는,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직접 문제의 소년을 찾아나선다. 소름끼치는 진실과 그에 이어지는 오싹한 결말은 헌신과 집착이라는 사랑의 양면을 드러낸다. <가을날 바이올린의 한숨>은 아인슈타인의 1922년 일본 방문 이야기. 아인슈타인이 아끼는 바이올린이 사라져 그 행방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이 시리즈 중 <적색의 수수께기>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