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이 미국에서 솥을 하나 얻어왔고, 박정희가 거기다 밥을 지어 한 숟갈 뜨려다가 저세상으로 갔고, 전두환이 냉큼 솥째 끼고 앉아 제 식구들 불러 다 퍼먹었고, 노태우가 누릉지를 끓여먹은 다음, 김영삼이 먹을 게 없어 열받아 박박 긁다 솥단지에 구멍을 내는 바람에, 김대중이 할 수 없이 미국에서 새로 전자밥솥을 구해왔는데, 노무현이 코드를 잘못 꽂아 밥을 망쳤다는 얘기는 지난해까지의 버전이었다. 최근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됐다. 밥이 안 된다고 하자 그분께서 “어서 장작을 때라” 명하셨다는.
요즘 경제계 인사들이 모이면 이 밥솥 시리즈를 주고받으며 그분을 경멸한다는데, 우군들 입에서 “탄핵할 수도 없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니, 이 가을 그분의 쓸쓸함에 속이 뒤집힌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전기밥솥은 전기로 때야지.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그분이 단순히 급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방법밖에 모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게다가 자기가 아는 방법이 최고라는 신앙을 가져 경제가 이 지경으로 망가진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만수 아저씨를 그렇게 끼고 도는 이유는 진짜 사랑해서라기보다 만수 아저씨가 내놓은 환율정책 등 시장에 악영향을 끼친 정책들이 바로 그분이 명하신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고고싱이라는 거다. 안 그러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게 되니까. 수출로 먹고살자, 건설만이 살길이다, 이거이거 너무 장작스럽다.
“대통령은 1980년대 건설회사를 이끌었던 경험이 있을 뿐이고 보좌하는 측근들은 10년 전의 경제 패러다임에 젖은 관료 출신이 대부분이다. … 국내 전문가 집단들은 ‘최첨단 디지털 경제위기에 아날로그적 발상과 감각으로 대처하는 데 길들여진 사단’이라 하는 게 현실이다. 경제 리더십을 회복하려면 정파를 떠나 인재를 모으고 친·불친을 넘어서서 지혜를 구해야 한다”라는 충고는 <한겨레>가 아닌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내놓은 것이다.
그분이 지지대로 여기는 경제계 인사들과 기업인들, 우파 언론마저 “갈아칠 순 없으니 여차하면 식물로 만들고 똘똘한 실세 경제부총리를 앉히자”고들 작당한다는 얘기까지 돈다. 외롭고 속상할 그분께 시 한 구절을 띄운다.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유치환 <생명의 서>)
시구를 읊조리며 그분을 생각하니 이 말밖에 안 나온다. 오우 쉿. 배고픈데 날까지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