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5월9일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연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60번째는 김충남이 기증한 고 김학성 촬영감독의 유품 중 <영화시대>(1935)입니다.
<영화시대>는 문예·연극·영화 종합잡지를 표방하며, 1931년 3월 창간해 6·25가 발발하기까지 약 20년간 발간됐다. 발행인은 시나리오작가이기도 한 박누월(본명 박유영)로 단성사 내에 사무소를 두고 창간을 준비했다. 창간 뒤에는 견지동으로 이사하며 사업을 확장해갔다. 1931년 ‘영화시대사(社)’의 이름으로 박누월의 영화소설 <압록강을 건너서>를 펴냈고, 영화제작에도 뛰어들어 1935년 <조선일보> 연재소설인 안석영의 <춘풍>을 영화화했다. 한국영화박물관에 전시 중인 <영화시대> 8월 특별호는 <춘풍>이 ‘올 가을 영화계에 일대 센세이숀을 일으킬 것’이라며 김연실·김일해·김인규 등이 출연한 영화장면을 실었다.
140쪽에 이르는 잡지의 구성을 보면 게리 쿠퍼나 그레타 가르보 등 당대의 인기 해외배우 사진과 일본여배우 수영복 차림 화보의 단색 컬러페이지로 시작한다. ‘영화배우독본’에서는 영화배우는 잘생긴 것보다는 ‘필림페-쓰(Film Face) 즉 필림면(面)에 적합’해야 한다는, 생생한 연기를 위해 배우가 가져야 할 얼굴의 조건과 분장에 대해 썼다. 조선의 소년들이 극장에 대거 몰리는 현상에 대해서는 영화는 교육적인 가치를 갖고 있으니 무조건 막지만 말고 이들을 위한 영화가 나와야 한다는 시평, ‘김연실과 신일선의 앞길’이라는 제목의 박기채 감독의 배우론, 영화미학에 대한 ‘노-캇트몬타쥬’, 그리고 ‘외국 토-키-영화의 일본판으로 되기까지의 경로’에서는 미국영화의 유통경로와 자막제작기술에 대해 다루고 있다. MGM의 <유쾌한 미망인>(The Merry Widow)을 스틸 사진과 함께 구성한 지상(誌上) 영화도 흥미롭다.
영화 대중화를 위해 20여년간 노력했고, 해방 뒤 백조가극단을 이끌며 전국을 순회했던 <영화시대> 발행인 박누월의 마지막은 비참했다. 창신동의 한 근로자 합숙소에서 기숙하며 옛 동인을 찾아 구걸을 하던 1965년 3월10일 종로5가 거리에서 영양실조로 쓰러져 숨졌다. 당시 언론은 그에게는 슬퍼할 가족도 벗도 없었다고 쓰고 있다. 다만 그의 품 안에는 한통의 이력서와 직접 쓴 <인기「스타」서한문>이라는 책이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