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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아이디어 없어도 살아남으려면

홍콩영화의 암중모색, 중국 관객 겨냥하거나 일본 배우 기용하거나

<화피>

홍콩영화에는 더이상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없는가? 현재 홍콩 극장에 걸린 <무협양축>과 <화피>는 모두 고전영화들을 새롭게 만든 영화들이다. 이 영화들은 그다지 훌륭하지 않고 이전의 고전들에도 못 미친다. 둘 다 홍콩 감독이 만들었으나, 중국 대륙의 관객을 겨냥해서 만들어졌다. 현재 <화피>는 중국에서 3천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중국에서 최고의 수익을 올린 영화가 되었다. 그 액수는 홍콩처럼 작은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의 거의 스무배다. 감독의 국적이 무엇이든 세명의 주인공들은 중국 배우들이 연기했고 중국 관객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영화는 중국 본토 영화다.

새로 개봉한 영화 <나를 사랑한 흡혈귀>는 20년 전에 만들어졌을 법한 가벼운 공포·코미디영화다. 수영복 사진 촬영이 열리는 외딴섬에 잠자는 흡혈귀가 살았다는 내용이다. 나는 특정 장르영화의 제목이 아무리 유치해도 제대로 만들기만 하면 제법 괜찮은 영화가 된다고 믿는 편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노력을 한 흔적을 못 찾겠다. <나를 사랑한 흡혈귀>는 <도신>(1989), <카멜레온> (1992), <네이키드 웨폰>(2002) 같은 영화들을 만들었던, 한때 홍콩 상업영화의 왕이었던 왕정이 만들었다.

왕정은 90년대 자신이 만들었던 <옥보단> 시리즈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섹스와 젓가락>도 제작했다. 이 영화는 홍콩 박스오피스 11위에 올라 있다. 중국계 여배우들이 <게이샤의 추억>에서 일본인 게이샤 역할을 했던 게 논란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역전됐다. <섹스와 젓가락>에는 일본에서 온 세명의 성인 비디오 여배우들이 출연했다. 이들은 노출을 꺼리지 않았으며 그중 한명은 머리를 밀기까지 했다. 앞으로의 광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홍콩(그리고 대만) 여배우 지망생들은 더이상 카메라 앞에서 옷을 벗지 않는다. <섹스와 젓가락>은 2주 만에 촬영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2주 동안 속편 촬영까지 끝마쳤다.

박스오피스 10위권 안에 든 다른 홍콩영화는 <우슈: 영 제너레이션>이다. 폭력적이지 않은 이 액션영화는 성룡이 제작하고 홍금보가 중국 본토의 무술학교 선생님으로 출연한다. 홍콩영화에서는 드물게 신인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새로운 세대의 (중국에서 태어난) 액션스타들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다. 10위권 안에 든 다른 영화는 킴 베이싱어가 출연한 할리우드 스릴러 <셀룰러>의 리메이크인 <커넥트>다. 원래 영화에는 한 젊은 남자가 납치된 여자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는다. 과학 선생님이었던 그녀는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해 전화기를 다시 만든다. 이 영화는 고전은 아니지만 홍콩영화에 부족한, 잘 짜여진 각본을 제공했다.

중국판은 두 군데 중요한 세트의 위치를 바꾼 것을 빼면 지나치리만큼 영화의 각 신을 원전 그대로 재연한다. 그리고 두 주인공간의 로맨틱한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 남자주인공을 나이가 많은 남자로 바꾸면서 여자주인공과의 나이차를 줄였다. 영화는 꽤 재미있다. 홍콩에 더이상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다면 이런 방식이 아마도 미래의 트렌드를 찾을 방향이 아닐까.

번역 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