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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의 취재파일] 전화 한통만 했어도…
문석 2008-11-03

권상우의 <내 사랑 내 곁에> 출연 번복, 누구 책임일까

권상우의 <내 사랑 내 곁에> 출연 번복을 두고 충무로가 시끄럽다. 권상우의 소속사 팬텀엔터테인먼트와 <내 사랑 내 곁에>의 제작사 영화사 집쪽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과정은 다음과 같다. 공식 계약을 앞두고 팬텀은 영화사 집에 이 영화의 투자사를 명확하게 밝혀달라고 요구했고, 집은 ‘여러 곳과 논의 중이니 걱정할 필요없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팬텀은 투자가 우려된다며 집에 10월22일 ‘출연 불가’를 통보했고, 권상우는 이틀 뒤인 24일 팬미팅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양쪽은 권상우가 귀국하는 27일 오후 다시 논의를 하기로 했으나 같은 날 오전 집이 보도자료를 통해 출연 번복를 공식화하면서 논의는 무산됐다.

이번 일의 논점은 첫째, 투자에 관한 것이다. 팬텀쪽은 “투자 상황이 안 좋다는 이야기가 떠돌아다녔고 영화사 집에서 확신을 주지 못했다”고 말한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10월22일의 출연 불가 선언도 투자가 안돼 영화가 엎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의 입장은 다르다. 개발비 투자와 부분 투자를 하는 유나이티드 픽처스가 모기업이나 다름없고, 여러 투자사와 논의 중이었다는 것. 영화가 엎어져서 배우가 입을 피해를 우려하는 소속사의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영화의 투자를 책임지고 꾸리는 것은 제작사의 몫이므로 이를 문제삼는 것은 이상해 보인다.

두 번째는 27일 보도자료 건이다. 집은 보도자료를 낸 데 대해 “일본 언론에서 ‘권상우가 영화 대신 드라마를 택했다’는 발언을 보도해 출연 불가를 확정지은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권상우쪽은 “투자를 우려하는 회사 대표를 겨우 일본에서 설득했는데 보도자료 때문에 논의가 불가능해졌다”고 최종 책임이 집쪽에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기사에 대해서는 “통역이 원활하지 않아 전달이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온라인 사이트 <시네마투데이>와 <조선일보>의 인터넷 일본판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그는 “내년 초 촬영에 들어간다”(<시네마투데이>), “1인2역을 맡게 된다”(<조선일보> 일본어판)고 자세한 정황까지 밝혔다. 영화사 집이 이 발언을 출연 불가에 대한 재확인으로 받아들였다 해도 무리는 아닐 것. 결국 상황을 종합하면 문제의 발단을 권상우쪽에서 제공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충무로 관계자들은 권상우가 “박진표 감독에게 전화 한통만 했어도 이 정도까지 가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가장 걱정되는 일은 그가 영화계의 신뢰까지 잃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자본이야 언젠가 돌아오지만 깨진 신뢰는 좀처럼 다시 붙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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