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이 세계 최고의 여행작가가 아니라면, 적어도 세계에서 가장 고약한 여행작가일 것이다. 그는 여행하는 지역을 찬미하는 대신 끝없이 투덜거린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이 나라는 말도 안 통하고 몸은 힘들고 사람들은 무례하고 음식도 맛없어서 죽겠는데 내가 왜 여길 여행하는 걸까. 하지만 빌 브라이슨의 못된 문체에 부아가 치밀어오르는 일은 거의 없다. 배배 꼬인 영국식 유머가 너무 웃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평불만의 끝에 찾아오는 묘한 여행의 감흥도 브라이슨의 특기다. 오랫동안 여행 안 가던 브라이슨이 애팔래치아 트레일(<나를 부르는 숲>)과 유럽(<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에 이어 아프리카로 갔다. <빌 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는 그가 국제빈민구호단체 CARE의 홍보대사 자격으로 8일간 케냐를 방문한 뒤 ‘오오 아프리카에도 희망을!’ 비슷한 인도주의적 결론을 내리며 슥슥 써낸 책이다. 전작들과 비교하자면 별것 없다. 한 페이지에 실린 문장이 15줄밖에 안 된다. 또 그걸 합쳐봐야 118페이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브라이슨의 문체에 중독된 팬들 혹은 못 말리는 인도주의적 구호주의자들이라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