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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마니아] 제이슨 스타뎀, 왜 대머리냐
주성철 2008-10-31

<데스 레이스>와 <뱅크 잡>, 모처럼 제이슨 스타뎀의 두편의 영화가 나란히 개봉했다.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그는 이제 당당한 주연급 액션배우로 올라섰다. 장 클로드 반담과 스티븐 시걸이 주류 영화계에서 거의 도태된 지금 1972년생의 그는 정교한 동양무술을 구사하는 백인 액션배우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가한다. 흑인 웨슬리 스나입스와 더불어 가장 호쾌하고 완벽한 무술을 구사하는 서구 액션배우가 바로 그다. 사실 그가 어려서부터 무술을 체득하지 않은 사람이었음을 감안하면 그 성장속도는 정말 놀랍다. 그가 맨 처음 액션연기를 맛본 게 이연걸 주연의 <더 원>(2001)이었음을 떠올려보면, 불과 1년여 만에 <트랜스포터>(2002)에서 거의 액션기계가 된 그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앞차기로 머리 뒤의 적을 가격하고, 기둥에 매달린 채 쉴새없이 발을 내지르는 모습은 딱 왕년의 홍콩 액션스타를 보는 것 같다.

물론 무술은 안 했어도 제이슨 스타뎀은 예전부터 확실한 ‘인상파’이긴 했다. 가이 리치의 <록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1998)로 데뷔하고 연달아 <스내치>(2000)까지 출연할 때도 인상 하나만큼은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액션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다 <그들만의 월드컵>(2001)에서는 맨손으로 23명을 때려죽이고 감옥에 들어온 전설 속 인물 브로드허스트로 나왔다. 수갑을 차고 있어도 교도관들이 벌벌 떠는 험상궂은 표정과 별개로 심지어 직업은 수도사였다. 그가 본격적으로 액션연기를 꿈꾸게 된 건 바로 이연걸과 함께한 <더 원>(2001)에서였다. 이미 그는 이연걸의 영화라면 모두 찾아보는 열성팬이었다. 이연걸을 추적하는 요원으로 나왔지만 총만 들고 얼쩡거릴 뿐 역시 액션은 별로 하지 않았다. 본격적인 할리우드 진출작이라 할 만한 존 카펜터의 <화성의 유령들>(2001)에서는 살짝 발을 썼지만 그렇게 어색할 수 없었다.

원규는 타고난 스포츠맨이긴 했어도 무술에 관한 ‘몸치’나 다름없던 제이슨 스타뎀을 액션배우로 키워낸 장본인이다. 그는 이연걸의 마지막 홍콩 시절 영화들인 <소림오조>(1994), <보디가드>(1994), <영웅>(1995), <탈출>(1995)에서 모두 무술감독 혹은 연출을 맡았고 할리우드 진출 뒤 <더 원>에서도 무술감독을 맡았다. 제이슨 스타뎀은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는 이연걸의 단짝이 그라는 사실을 알고는 발차기를 가르쳐달라고 졸랐다. “허리만 유연할 뿐 전혀 발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체격이 마음에 들었다”는 게 원규의 회고다. 그리고 또 이연걸에게 배운 것은 ‘싸울 때 웃지 말라’는 거였다. 그 무표정은 제이슨 스타뎀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물론 그가 이연걸로부터 더 배우고 싶은 것은 “계속 싸우고 또 싸우는데도 어떻게 헤어스타일을 단정하게 유지할까” 하는 점이었고, 실제로 <더 원> 촬영장에서 그에게 묻기도 했다. 이연걸의 대답이 걸작이다. “나는 늘 대머리로 액션을 했고 머리가 길어서 출연한 건 불과 몇년 되지 않아 잘 모르겠다.” 제이슨 스타뎀이 이후 계속 대머리로 출연하는 건 그 답을 얻지 못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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