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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테러를 배워가는 아이들

인도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슬픈 카슈미르 이야기

<타한>

영화 <타한>(Tahaan)을 들고 런던에 이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산토쉬 시반 감독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현재 로마국제영화제에 참석 중인 감독은 행사 직후 네덜란드로 날아갈 계획이라고 한다. 시반 감독의 ‘거침없는’ 외국 영화제 방문 때문인지 이미 극장에서 간판을 내린 이 영화는 인도의 각종 매체들을 통해 뒤늦게 이야깃거리들을 생성해내고 있다.

영화는 8살짜리 사내아이 타한이 집안 빚 대신 끌려간 당나귀 비를라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기본 틀로 한다. 자칫 어린이와 동물 사이의 우정을 그린 어린이영화겠거니 선입견을 가질 만도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타한과 당나귀 비를라가 살아가는 ‘삶의 공간’과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특히 이야기가 진행되는 공간은 인도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슬픈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카슈미르다.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되면서 나뉜 지역으로 국경 부근에서는 현재까지도 총격전이 끊이질 않는다. 때문에 인도는 물론 파키스탄에서도 수십년째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타한은 비를라를 찾으러 가는 길 위에서 카슈미르의 현실을 고스란히 마주한다. 특히 아이들이 두편으로 나뉘어 한쪽은 신나게 장난감 총을 쏘고 한쪽은 비참하게 죽어가는 역을 ‘놀이’로 하는 장면과 당나귀를 찾게 해주겠다는 조건에 타한이 어디에 쓰일지 모를 수류탄을 받아드는 장면은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이라 할만 하다. 시반 감독은 신문에 실린 카슈미르 지역의 테러 보고서를 읽고 이 영화를 구상했다고 하는데 그 신문에는 오늘도 카슈미르 총격전 소식이 실렸다. 테러리즘이 마치 일간지 연재소설의 소재가 된 듯한 현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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