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그녀는 가수이자 배우 프랭크 시내트라와 지휘자 안드레 프레빈의 아내였다. 자신의 영화에 그녀를 단골 뮤즈로 등장시켰던 우디 앨런은 그녀의 세 번째 남편이 되었다. 아버지가 감독이었고 어머니가 배우였던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영화에 출연했던 미아 패로는 1968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악마의 씨>로 배우로서의 유명세를 타게 된다. 그녀의 유명세엔 세상을 놀라게 했던 결혼과 이혼 그리고 수차례의 입양이라는 가정사도 한몫 거들었다. 1980년대부터 우디 앨런의 영화 <한나와 그 자매들> <카이로의 붉은 장미> <부부일기>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전성기를 누렸으나 이러한 생활은 자신이 안드레 프레빈과 입양했던 순이와 앨런의 스캔들로 종결되고 말았다. 미아 패로는 14명(그중 10명은 입양아)의 어머니이자 여성과 아이를 위한 인도주의적 활동에 헌신하는 사회활동가이기도 하다. 최근 그녀는 수단의 다르푸르, 차드, 그리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일어난 대학살의 진상을 알리기 위해 세계 이곳저곳을 누비며 활동 중이다. 특히 지난 베이징올림픽 즈음에는 중국의 수단에 대한 경제·군사적 지원에 대해 공개적 비난을 공론화하며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미셸 공드리 감독의 <비카인드 리와인드>(2007) 등 최근 영화에도 간간이 출연하고 있으나 현재의 그녀는 스스로 여배우의 자리에서 ‘떠나와’ 사회사업에 충실하고 싶다고 밝히는 등 연기자로서보다는 활동가로서의 삶에 투신한 것으로 보인다. 2008 세계여성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해 사회활동가로서의 삶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미아 패로를 만나보았다.
-한국을 방문한 소감은. =이번이 두 번째 한국 방문이다. 전에도 일주일 정도 머물렀고, 이번에도 아들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사실 내 소감보다 내 아들 이야기가 훨씬 인상적일 것이다. 알다시피 모제스(성경의 인물이기도 한 모제스의 의미는 ‘물에 버려진 자’이다)는 한국에서 입양된 아들이다. 처음 내게 왔을 때 핑크 이불에 덮여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그 아이는 뇌성마비로 인해 국내입양이 되지 않아 내게로 왔었다. 한국에서 공중전화박스에 버려졌던 아이가 이제는 잘 자라나 심리상담사로 일하고 있고 어엿한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
-배우로서의 경력이 지금의 활동에 영향을 끼친 바가 있는가. =어린 시절부터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운이 좋았다. 하지만 그러한 운에는 동시에 책임감도 따르게 마련이다. 나는 18살부터 영화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멋진 삶이었다. 배우로서의 경력은 나로 하여금 근사한 사람들을 만나게 했고, 나 자신을 지탱해주는 힘이 되었으며, 그를 통해 또 다른 가족들이 생기게도 했다. 배우로서 맡았던 역할이 내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는 힘들다. 영화란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에 있는 것이지 않나. 단지 나는 내가 어린 나이 때부터 누린 나의 배우로서의 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프리카나 중동 등 여성과 아이가 어려움에 처한 국가에서 인도적 활동을 펼치는데 어떤 부분에서 힘을 얻게 되는지. =여성 단체들과 여러 경험을 공유하고 여성들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힘을 얻는다. 또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긴급한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14명이라는 대단히 많은 자식들을 두었는데 그들을 교육하는 철학이 있다면. =내가 입양한 10명의 아이들은 서로 다른 사회, 서로 다른 종교가 있는 곳에서 왔다. 그들의 문화적 배경을 인정하면서 내가 그들에게 가르치는 것들은 간단하다. 두개의 R이 그것인데 하나는 존중(Respect)이며 두 번째는 책임(Responsibility)이다. 다른 삶과 가치관을 존중하면서, 스스로의 삶에 책임을 지라는 말이다. 그리고 딸들에게는 확신을 가지고 삶을 살라고 말하고 싶다. 원하는 삶을 살고 사회적으로 환원하도록 가르치고 싶다. 나는 여성들이 이 사회의 의사결정과 정책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들에게는 분쟁이 생겼을 때 평화적인 해결을 하도록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지구상에 일어나는 분쟁들의 원인은 남성이 제공한 바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가진 약점에 대해 지적할 점은. =바그다드 통치위원회의 30%가 여성인데, 그들은 여성의 목소리가 아니라 남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여성들이다. 이런 것이 특정 여성들의 단점이 아닐까 한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타자의 목소리의 권위를 빌리면서도 그것을 잘 자각하지 못한다. 미국의 예를 들자면 나이가 많은 여성들이 젊은 여성들에게 피해의식을 지니고 그녀들을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의 삶을 정당화하면서, 가정생활에 충실하지 않다며 젊은 여성들의 태도를 비난한다. 방어적 정당화, 남성들보다도 여성들 스스로를 공격하는 경향,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목소리에 의거하는 점, 이걸 여성들이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활동가가 아닌 일반인에게 어떠한 인도적 활동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 우리가 인도주의적인 활동을 할 때 특수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내 생각엔 우리 모두가 우리의 관계를 상호적으로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타국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란 사람들이 각자 처한 처지에 따라 상대적인 것이다. 스스로 피해받는다고 느끼면서까지 무리하게 활동을 하라는 게 아니라 각자의 처지에 맞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