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소문이 그렇지만, 충무로의 소문 또한 ‘음식은 갈수록 줄고 말은 갈수록 는다’와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하는 두개의 속담 사이에 존재한다. 소문이란 대개 부풀려지게 마련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 근거 또한 존재한다는 말이다. 최근 충무로를 활발하게 돌아다니는 소문은 시네마서비스 매각설이다. 그 골자는 강우석 감독(45%)에 이어 시네마서비스의 2대 주주인 CJ엔터테인먼트(37%)가 강 감독의 지분을 인수해 시네마서비스를 소유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소문에는 다음과 같은 해석이 달려 있다. ‘CJ로부터 100억원을 대여한 강 감독이 <모던보이>의 흥행 실패 등으로 결국 시네마서비스 지분을 팔아 빚을 갚게 됐다.’
충무로가 이 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시네마서비스가 유일하게 남은 토종 영화자본이기 때문이다. 사실, 엄밀히 말해 시네마서비스는 토종자본이 아니다. 시네마서비스는 꽤 오래전부터 CJ가 수혈하는 자금에 의지해왔으며, 최근에는 자사가 제작하는 작품에도 메인 투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자본력이 약해졌다. ‘토종’의 순수성과 ‘자본’으로서의 기능을 상당히 잃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시네마서비스를 토종자본으로 여기는 건 상징성 때문이다. 영화의 논리보다 자본의 논리가 앞서는 대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견제 여론 또한 커져왔고, 한때 메이저로 견제받았던 시네마서비스가 새삼 그 보루가 된 것이다. 결국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충무로는 ‘토종자본 종말’이라는 선고를 공식적으로 받는 셈이니 충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다. 시네마서비스와 CJ 관계자는 나란히 “시네마서비스의 지분관계는 아무런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물론, 충무로를 가득 채운 이 연기의 발원지는 시네마서비스의 굴뚝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모던보이> 실패 뒤 강우석 감독은 CJ에 “나는 향후 몇년 동안 작품에 몰두할 테니 시네마서비스를 공동으로 책임지고 운영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니까 시네마서비스의 전반적인 운영과 의사결정에 CJ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의미다. 강 감독은 이 논의를 끝낸 뒤 가족들이 있는 캐나다로 향했고, 이 과정에서 소문이 부풀려진 것이다. 향후 시네마서비스의 방향에 대해 CJ와 시네마서비스 관계자는 입을 모아 “1년에 몇편의 영화를 만드는 제작사를 기본으로 하면서 여건이 되면 부분투자나 배급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토종자본으로서 시네마서비스의 의미가 더욱 흐려진 건 사실이다. 영화적 가치와 돈의 가치를 균형있게 판단해줄 자본은 정말 사라진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