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때마다 왜 주요 후보 주변 여자들은 하나같이 금발 뽕머리 바비 인형들일까 궁금했다. 백인앵글로색슨기독교우파들의 페티시즘이 반영된 것일 텐데 총알탄 사나이 매케인 아저씨의 배우자를 볼 때면 우와, 할머니 바비가 말을 다 하네 싶다. 품성이고 능력이고 분가루와 실크천에 감싸여 도통 보이질 않았다. 단상에서 꽃순이 노릇하는 정체 모를 소녀들도 마찬가지다. 공화당의 전통 가치인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엄마가 그러면 손톱 망가질까 쿠키라도 굽겠나 싶다. 사고뭉치 부통령 후보 페일린이 오히려 친근할 지경이다. 이 언니 화끈하잖아. 심지어 공식 선거비용에서 2억원을 덜어 자기 가족 치장비에 썼단다.
정치를 시작한 지 4년밖에 안 됐다는 오바마는 이름 그대로 ‘벼락’처럼 등장해, 선거를 2주 남긴 상태에서 매케인과 지지율 격차를 10%포인트까지 벌렸다는데 쉽게 이기면 재미없으니 하와이에서 할머니 병문안 천천히 잘하길 바란다. 그가 굿맨인지는 모르겠으나 러키 가이인 건 틀림없다. 공화당이 스스로 발이 꼬여 있던 차에 콜린 파월 할아버지 말대로 “전환기적 타이밍”에 등장했으니(힐 언니 미안). 오바마의 배우자를 보고 살짝 질투가 나기도 했다. 그녀가 보여준 헤어를 포함한 스타일 변신은 아주 마음에 든다. 씩씩하고 영리하며 능동적인 여성상. 딱 내 타입이야. 그런 여자들에게 사랑받는 게 평생 소원이다. 그런 베이비시터나 가사도우미가 나를 부디 저렴한 가격에 사랑해줬으면. 흐흑.
한때 이 칼럼을 땜빵해줬던 <한겨레21> 이태희 기자는 “오바마가 더 나을 것이란 건 나이브한 생각”이고 “그가 대통령이 되면 자국 보호무역을 강화할 것”이라며 뭐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미 FTA 등과 관련해 중후장대한 해석을 내놨었는데, 월가 돈놀이가 이 지경으로 작살나 전세계에 민폐를 끼칠지 모르던 때였던지라 요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하긴 걔네는 20세기 들어 존재 자체로 민폐였잖아. 딴 건 몰라도 ‘본토’에서 전쟁 좋아하는 원숭이가 아니라 할머니 사랑하는 인간이 통치권자가 되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할 뿐이다. “국가는 국민을 괴롭히는 존재가 아니라 국민을 도와주고 보살피는 존재가 돼야 한다”고 제대로 된 발음으로 말하는 사람이니까.
우리야 여기서 뭐가 더 나빠질 게 있겠니. 혈세 풀어 건설갑부 배 채워주고 주택대출금리 내리겠다며 묘책으로 한국은행이 돈 더 찍으면 된다고 여기는 이들이 나라를 아작내고 있는데 말이다. 닥치는 대로 살자. 근데 배고프다. 쪼르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