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CEO들이 <신의 물방울>을 읽는 것은 대개 잘난 척하기 위해서다. 빈티지, 샤토 운운하며 와인에 대한 지식을 자랑해야 비즈니스도 잘된다며 그들은 이 책을 외우지만, 삐딱한 시선으로는 그저 비싼 와인을 마시는 데 대한 죄책감을 달래기 위한 수단 이상은 아니다. 술에 관한 만화 <스트레이트 온더락>은 그에 비하면 소박하다. 외워야 할 내용도 많지 않은데다 편한 마음으로 보고 있노라면 복잡한 술의 세계가 저절로 머릿속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레몬하트’라는 바를 중심으로 이 바의 마스터, 술맛을 모르는 프리랜서 기자 마쓰다, 그리고 수수께끼의 인물 ‘안경’을 주연으로 내세우고,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인물들을 등장시키는 <스트레이트 온더락>은 일단 쉽다. 와인, 맥주, 위스키, 브랜디, 럼, 보드카, 소주, 일본 전통주 등에 관한 이야기는 어떤 인물의 사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숙성돼 보여진다. 이 만화의 가장 큰 장점은 절대주의를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의 물방울>처럼 와인을 놓고 대결을 펼치거나 어떤 술이 최고라고 내세우는 대신, <스트레이트 온더락>은 각각의 술에 담긴 사람의 냄새를 음미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애주가가 아니더라도 여성이 셰리주를 권할 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는 남성이나 포트와인을 마시자는 남성의 속마음을 알지 못하는 여성이라면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읽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