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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결’의 19금 버전에 출연한 손예진 <아내가 결혼했다>
주성철 2008-10-22

손예진 무게중심 지수 ★★★★ 원작의 축구팬 만족지수 ★★☆ 조연배우들 매력지수 ★☆

<아내가 결혼했다>는 사실 케케묵은 TV주말연속극에 대한 즐거운 패러디다. 한 남자에게 젊은 첩이 생기고, 본처와 그 첩은 갈등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형님’, ‘동생’하며 묘한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 ‘여자의 숙명’이라는 애증어린 테마로 질리고 질리도록 보아온 안방극장의 영원한 풍경이다. 박현욱 작가의 원작에 바탕한 <아내가 결혼했다>는 그 관계를 역전시켜 호기심을 유발한다. 애초의 남편은 이혼만은 못하겠다며 으르렁거리면서도 오직 자식만은 자기 핏줄이길 바라고, 아내의 새 남편은 철모르고 그를 ‘형님’이라 부르며 살랑거린다. 일처다부제를 향한 전복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기보다 그저 삶의 한 단면처럼 ‘쿨’하게 그린다. 그것은 축구를 향한 주인공들의 애정과 맞물려 상승작용을 빚는다. 때깔 좋은 도입부와 장면 구성은 물론 FC바르셀로나의 누캄프 경기장면 실황까지 담아낸 마지막 장면까지 꽤 공들인 프로덕션 과정도 눈에 선하고, 이제 막 한국영화에서도 결혼적령기에 다다른 두 배우 손예진과 김주혁의 신혼생활을 엿보는 것 같은 호기심까지 겹친다.

아름다운 외모에 탁월한 업무 능력까지 갖춘 인아(손예진)는 모든 남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덕훈(김주혁)은 우연한 기회에 인아와 술자리를 함께하면서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스페인 축구 프리메라리가의 클럽 FC바르셀로나의 열혈 팬 인아와 그와 철천지원수 클럽이나 다름없는 레알 마드리드의 열혈 팬인 덕훈은 축구 얘기를 시작으로 사랑을 시작하게 된 것. 하지만 덕훈을 사랑함에도 그‘만’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는 인아 앞에 이별을 떠올려보기도 하지만 결국 설득 끝에 결혼에까지 이른다. 그런데 인아가 경주로 전근가게 되면서 두 사람은 주말부부가 되고 이내 인아에게 다른 남자 재경(주상욱)이 생긴다. 인아는 재경과도 결혼하겠다고 말한다.

원작은 축구를 향한 예찬 속에서 이중결혼이라는 삶의 예외성까지 긍정하는 모습이 신선한 충격을 줬다. 덕훈이 경배해 마지않는 클럽 레알 마드리드의 카시야스 골키퍼가 2002 한·일 월드컵 때 한국팀의 적(?) 스페인 대표팀으로 등장해도 무감한 것처럼 인생은 그렇게 깃털처럼 가볍고 허망한 것이다. 원작의 무드와 가장 다른 점이면서 본 영화의 가장 충실한 감상 포인트는 사실상 손예진 그 자체다. 마치 TV쇼 <우리 결혼했어요>의 ‘19금 버전’에 출연한 손예진을 보는 것 같은 관음증이 가장 큰 재미라고나 할까. 원작의 여주인공과 살짝 다른 모습의 손예진이 가느다란 다리를 책장에 얹고 있을 때, 뒤태를 보이며 김주혁 위에 올라타고 있을 때, 벌거벗은 채 비옷만을 걸치고 있을 때, 귀엽고 조그만 입으로 ‘빠구리’와 ‘씹’이라는 단어를 태연하게 내뱉을 때 받게 되는 인상이, 영화 속 그 어떤 장면들보다 더 큰 수위로 다가온다. 손예진을 주인공으로 택하면서 얻게 된 장점과 단점이 너무나도 명확한 영화다.

tip/ 영화의 마지막은 스페인 명문 축구클럽 FC바르셀로나의 누캄프 구장으로 장식된다. 제작진은 3개월 넘게 현지를 오가며 구단과 접촉했고 때마침 스페인에 머물고 있던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의 지원도 있었다. 그의 이름은 엔딩 크레딧의 ‘스페셜 땡스’ 명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누캄프 촬영 허가에 따른 협의 내용에 따라 2천만원 정도의 ‘오디오 사용권’을 지불했다. 10만명이 넘는 관중의 함성소리에 대한 저작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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