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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전략 <화피>
김도훈 2008-10-22

<천녀유혼> 그리움 지수 ★★★★ <백발마녀전>도 그리움 지수 ★★★★ 옛날 홍콩영화 그리움 지수 ★★★★

<화피>의 원작은 중국 괴담집 <요재지이>다. 귀신과 사랑에 빠진 남자, 사람과 사랑에 빠진 귀신이 나온다. <화피>가 원했던 것이 뭔지는 분명하다. 새로운 배우와 기술력으로 <천녀유혼>과 <백발마녀전>의 신화를 재현하는 것이다. 중국 한·조 시대. 전투 중이던 장군 왕생(진곤)은 포로로 잡혀 능욕당하기 직전의 소위(주신)을 구출해 성으로 데려온다. 왕생의 아내 배용(조미)은 기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소위를 경계한다. 아니나 다를까, 소위가 등장하자마자 심장이 없어진 시체들이 하나씩 발견되기 시작한다. 몇년 전 군대를 버리고 사라졌던 무사 방용(견자단)이 성으로 귀환하자 배용은 소위의 정체를 파헤쳐달라고 요청한다. 방용은 여자 퇴마사 하빙(손려)과 함께 소위의 뒷조사를 펼치고, 여기에 소위를 사랑하는 또 다른 요괴 소역(척옥무)이 등장하면서 남 셋, 여 셋의 운명은 꼬여간다. 진가상 감독은 15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허공으로 날릴 만큼 방탕한 예술가는 아니다. 돈은 적절하게 쓰였다. 과장되지 않은 프로덕션디자인과 절제된 무공장면은 1급은 아니지만 보기좋게 다듬어져 있다.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 남자배우들을 제외한다면 세 중화권 여배우들의 연기도 맛은 살아 있다. 문제는 이야기가 욕심이 너무 많다는 거다. 진가상 감독은 여섯 배우에게 모조리 제 몫의 역할과 감정을 덜어주려 애를 쓴다. 그러나 103분은 너무 짧다. 배용과 방용의 비중을 줄이고, 하빙이나 소역처럼 불필요한 역할을 제거하지 않은 탓에 중심이 되어야 할 왕생과 소위의 로맨스는 절정에 도달할 여유도 없다. 게다가 여섯 사공을 따라 허겁지겁 산으로 기어올라가면 어이없는 상생의 해피엔딩과 마주친다. 주연배우(의 매니지먼트사)와 대중에 영합해 돈 좀 벌겠다는 중화권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전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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