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꺅. 구구야. 너무 귀엽구나. =냐옹.
-너무 이뻐서 오독오독 통째로 씹어먹고 싶으다. =냐옹.
-흠. 그러고보니 이거 참 난감한 일일세. 고양이랑 어떻게 대화를 한다지. 원고지 10매는 채워야 하는데 계속 냐옹거리는 것만 쓸 수도 없는 일이고. =인간이란 참 멍청하군요.
-헉. 고양이가 말을 한다. =이런 멍청한 사람. 기사 제목이 가상인터뷰인데 고양이와 말을 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목요일 저녁에 마감하기 싫어 ‘냐옹’으로 기사를 끝내고 싶었다고 고백하는 게 차라리 쿨하겠습니다.
-겨우 질문 두개 때웠을 뿐인데 고양이한테 훈수를 듣다니. 근데 구구. 너 예쁘긴 한데 살짝 좀 재섭다. 처음 본 인간님에게 그렇게 호통을 치는 건 또 어디서 배웠니. 2살밖에 안 되는 게. =아무래도. 고양이니까요. 고양이 나이 2살이면 인간 나이 25살에 맞먹습니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호통 좀 치고 바른말 좀 하면 어떻습니까. 게다가 인간님이라니요. 저희 종족은 침 질질 흘리면서 사람에게 애교떨며 살아가는 개 종족과는 다릅니다. 저희 고양이들은 인간을 모시지 않습니다. 같이 살 뿐이죠.
-애완동물이 아니라는 건가? =아무래도. 고양이니까요. 저희들을 애완동물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집어넣어야 해야 할지는 좀 의심스럽네요. 고양이들은 여간해서는 길들여지지 않으니까요. 차라리 양다리 걸치는 인간 애인을 길들이는 게 더 쉽고 빠를 겁니다.
-그런 인간 애인 따위 길들이느니 갖다버리겠다야. 그나저나 털을 보아하니 아메리칸 숏헤어 종인가 보다. =네. 아메숏이라고도 부르죠. 광활한 미대륙을 누비며 살아가던 길고양이가 제 선조님들입니다. 많은 고양이족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귀염둥이들입니다.
-한때 아메리칸 숏헤어를 사고 싶던 때가 있었어. 비싼데다가 구하기도 힘들어서 포기했지만. =아무래도. 그렇지요. 아메숏은 아름답죠. 사실 고양이 종족 중에서 저희만큼 애교 넘치는 얼굴도 잘 없죠. 하지만 인기종족이라는 것도 결국은 다 유행에 지나지 않는다고요. 한 3, 4년 지나면 브리티시 폴더에게 유행이 넘어갈 거고, 또 몇년 지나면 재패니즈 밥테일이나 러시안 블루 종족의 인기가 높아지겠죠.
-너 귀여운 외모랑 다르게 은근히 시니컬하구나. =아무래도. 고양이니까요.
-만화가의 고양이로 사는 건 어때? 매일매일 니 얼굴을 그려줄 테니 정말 좋겠지?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영화에서야 예쁘고 귀여운 모습만 보여지니까 관객은 잘 모르겠지만 저 궁둥이도 많이 맞고 야단도 많이 들으면서 살았습니다. 특히 어시스트 우에노 주리 누님이 여섯 시간 동안 작업한 분량에 잉크병을 통째로 쏟았을 땐. 하악 하악. 생각도 하기 싫습니다. 그 언니가 보기보다 매정한 데가 있거든요. 영화에는 그런 모습이 안 나오니까 저로서는 불만을 토해봐야 별 쓸모도 없습니다만.
-그 언니 좀 그럴 거 같더라. 손도 매워보이고. 그나저나 불만이 하나 있어. =저도 불만이 하나 있습니다. 기자님 머릿결이 내내 눈에 거슬리네요. 그루밍이라도 좀 해드릴까요?
-그런 거 말고. 대체 너희들은 왜 그렇게 빨리 자라니. 사람보다 3배나 빨리 나이를 먹는 이유가 뭐야. =아무래도. 고양이니까요.
-오래오래 같이 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애완동물을 키워본 사람들은 알 거야. 먼저 세상을 떠나는 동물의 마지막을 본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말이야. =할 수 없습니다. 저희로서는 그렇게 나이를 먹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고양이니까? =네. 고양이니까요. 고양이는 아무래도 고양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