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계속해서 기관장으로서의 자격 미달 언행이 지속된다면, 우리 노동조합은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행동에 들어갈 것임을 분명하게 밝혀두는 바이다.” 이렇게 끝을 맺는 성명서는 10월16일 영화진흥위원회 노동조합이 발표한 것이다. 이 글에서 ‘기관장’이라고 언급된 사람은 강한섭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다. 영진위에 대한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발표된 ‘강한섭 위원장! 자신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라면 영진위도 필요없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은 강한섭 위원장에 대한 영진위 내부의 불만을 담고 있다. 이 성명에서 노조는 지난 5월30일 취임한 강한섭 위원장을 “변화에 대한 준비된 자세로” 맞이했지만, “강한섭 위원장은 한국영화의 정책 수장이자 영진위의 기관장으로서의 책임과 임무는 방기한 채, 신중하지 못한 행동과 발언으로 인해 영화계, 문화부, 자치단체 등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고, 영진위의 위상을 스스로 실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진위 노조가 제기하는 강 위원장의 ‘신중하지 못한 행동과 발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산영화제 컨퍼런스에서 한국영화산업의 상황을 ‘대공황’에 비유하면서 위기론을 외신에까지 상세히 보도되게 한 일, 같은 자리에서 “얼치기 진보주의자, 가짜 자유주의자”가 한국영화 위기를 만들어냈다고 말해 영화계를 보수-진보 구도로 대립시킨 일, 영진위의 부산 이전 반대 발언이 담긴 7월3일 영진위 11차 회의록이 공개되면서 부산 여론을 들끓게 한 일 등을 노조는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이에 대해 노조는 “구체적인 전망과 대책없이 오로지 3기 영진위 헐뜯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영진위 기관장의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너무 하수의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문화부 국감 때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이 배포한 ‘영진위 영상투자조합출자사업, 남편이 심사, 부인은 평가’ 보도자료에 대해 반박 자료를 준비하던 영진위 직원에게 강 위원장이 폭언과 욕설을 한 것 또한 문제로 삼고 있다.
영진위 노조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를 놓고 15일 강 위원장과 노사협의회를 가졌으나 시각차가 확연해 “내부적인 대화만으로는 어렵겠다고 판단”했다면서 “국정감사 때문이라기보다는 꼭 짚고넘어가야 할 때라고 판단해 이날 발표했다”고 밝혔다. 결국, 부산영화제를 계기로 영화계와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한 강한섭 위원장은 내부로부터의 강력한 비판에도 직면한 셈이다. MB 정부가 그러하듯 책임은 과거 정권에 떠넘기고 이념대립을 유도해온 그의 처신술이 당면한 안팎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