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이자 자연주의자인 로렌 아이슬리의 자서전. 자서전이라고는 하지만 <그 모든 낯선 시간들>은 마치 자연과 인간에 대한 에세이 같다. 개인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정리하면서 극적 과장을 더하는 방식의 현대적 자서전이 아니라, 로렌 아이슬리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인간의 근원을 더듬어가는 산문집이기 때문이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삶을 정리하는 방식 때문에 어디서 흘러온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이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명료하게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자서전이란 늘 폐허를 갖고 짓는 거지만, 고고학자라면 누구나 알 듯, 그 모든 방을 발굴하거나, 묻혀진 길들을 따라가거나, 보물을 찾아 그 모든 저수지를 파볼 방법은 결코 없다. 우리는 그곳에 살던 이가 누구든 그에게 그 폐허가 어떤 의미였는지 알려 노력하고, 운이 좋으면 시간을 약간 거슬러 올라갈 길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 자신이 고고학자였던 아이슬리는 자기 자신의 존재가 있기까지 존재했고 의미있었던 폐허들에 이름을 붙이고 추적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영적인 깨달음에 도달한다. “유기적 새로움을 탄생시킨다는 것, 고통, 불의, 기쁨을 창조한다는 것은 우리가 그토록 완전하게 분석하는 자연 속에서 우리가 식별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숭배하라, 마야인처럼, 그 알려지지 않은 영(零)을, 시간을 낳는 신들의 행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