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한국단편 경쟁부문의 <하이브리드>(Hybrid)는 짧은 로드무비다. 홀로 여행하던 프랑스인이 유조차를 얻어탄다. 유조차 운전사는 생수병에 모아놓은 소변을 주유소에 팔고, 심지어 기름 대신 소변으로 멈춘 자동차를 가게 만든다. 그리고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두 사람은 소변을 통해 기묘한 소통에 이른다. <하이브리드>를 들고 부산을 찾은 김새노 감독과 주연배우 크리스토퍼 루지를 해변에서 만났다. 영상원 영화과에 재학 중인 김새노 감독과 루지는 2년 전 함께 <크리스 인 코리아>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에 참가한 바 있다.
-<하이브리드>는 어떻게 떠올린 이야기인가. =김새노: 올림픽대로를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오줌이 마렵고 기름도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때 이야기가 갑자기 떠오른 건 아니다. 원래 썼던 시나리오에 노인이 소변으로 자동차를 가게 하는 에필로그가 있었는데, 그 노인 캐릭터를 가져와서 줄거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주인공을 꼭 외국인이 연기해야 할 이유가 있었나. =김새노: 정서적으로 조금 이국적인 것을 원했다. 아무래도 상상력에 기댄 이야기니까 한국의 보통 젊은이가 주인공인 것보다는 외국인이 더 나을 것 같았다. =크리스토퍼 루지: 아무래도 내 캐릭터에는 어떤 종류의 애매모호함이 존재하지 않나. 그런데 프랑스어로 연기하다 보니 외롭기도 했다. 프랑스어 연기에 대해서 누구도 피드백을 해줄 수 없었으니까. 어느 정도의 감정이 필요한지 내 대사 처리가 괜찮은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최대한 정직하게 연기하고 싶었다.
-어제 첫 상영과 GV를 한 걸로 알고 있다. 큰 화면으로 보니 기분이 어땠나. =김새노: 주말 아침 첫 상영인데다 함께 상영된 작품들이 조금 어두운 편이어서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있었다. (웃음) 왜 주인공이 여행을 하는지에 대해서 물어보는 질문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단편은 영화에서 시작해 영화에서 모든 것이 끝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크리스토퍼 루지: 영화를 큰 화면으로 보니 좋은 긴장감이 느껴져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특히 앵글과 타이밍, 리듬에서 점점 긴장이 고조되어가는 것이 좋았다.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게 됐나. =김새노: 3년 전 영진위에서 일하던 선배를 통해서 만나게 됐다. 한국에 온 크리스가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싶어서 영진위 문을 두드렸고, 거기서 일하던 선배가 나를 소개시켜줬다. 이후 크리스가 참여한 앙투안 코폴라 감독의 다큐멘터리 <김기덕, 거친 아름다움의 영화감독>에서 사운드를 도와주면서 지금처럼 친구가 됐다.
-크리스토퍼 루지는 수애 주연의 <가족>에 스탭으로 참여한 경력도 있지 않은가. 이제 5년간의 한국 생활을 마치고 프랑스로 떠날 예정인데 기분이 어떤가.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 외국에서 아티스트로 홀로 살게 되면 좀더 일찍 자신에 대해 발견할 수 있다. 겸손해지는 법을 배우는 동시에 강인해지는 법도 배운다. 벌써부터 향수병을 느끼고 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