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관/ 영화감독
친구란 무엇일까? 평생을 같이 지내온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나는 왜 얘랑 친구가 된 거지?’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아무도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없다는 우주. 그 속의 작은 점에 불과한 지구. 그 조그마한 지구 속 한 귀퉁이 작은 학교에서, 단지 키가 비슷해 옆에 앉아 짝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평생을 같이 지내게 된 친구. 만약 내가 여기가 아니라 미국에서 혹은 그때가 아니라 지금, 우리 부모님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자식으로 태어났더라도 얘랑 친구하고 있었을까? 내게 영화를 본다는 것은 친구를 만나는 일이다. 친구들 중에는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거짓말만 하는 친구도 있고,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해대는 친구도 있으며, 서툴지만 진심을 담아 말하는 친구도 있다. 내 주변의 모든 친구들이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어 지겨워진다면 시네마테크에 가라. 그곳에 어쩌면 내 마음을 잘 아는, 말이 통하는 진짜 친구가 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