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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의 취재파일] 할리우드 자본, 한국영화에 투자하나
문석 2008-10-13

미국 폭스 인터내셔널 대표 부산서 한국영화 관계자와 잇단 회동

부산영화제는 치열한 비즈니스의 장이기도 하다. 비단 아시아필름마켓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국내외 영화산업 관계자들은 부산에서 모여 다종다양한 비즈니스 논의를 벌인다. 올해 부산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테이블을 펼친 인물은 미국 폭스 인터내셔널의 샘 포드 대표였다. 폭스 인터내셔널은 할리우드 스튜디오 이십세기 폭스의 해외 지사를 관리할 뿐 아니라 미국 바깥의 영화 프로젝트를 투자, 제작하는 업체. 그는 영화제 기간 중 부산에서 한국의 주요 투자, 제작사 관계자들을 연이어 만난 것으로 알려진다. 그가 관심을 끄는 건 한국영화나 감독, 배우의 미국 진출이나 리메이크 판권이 아니라 한국영화에 대한 직접 투자, 제작에 관한 논의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를 부산에서 만났던 한 영화사 대표는 “폭스 인터내셔널이 투자할 만한 한국영화가 없는지를 타진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영화사 대표도 “미국쪽과 합작할 만한 영화가 있어서 그를 만났지만, 합작건에는 관심이 없고 한국영화 투자에 관한 이야기만 나눴다”고 전했다. 또 폭스 외에 다른 스튜디오도 국내 직배사를 통해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할리우드가 해외시장을 겨냥해 해외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신기한 일이 아니다. 워너브러더스 재팬은 오래전부터 일본영화를 투자, 배급해왔고, 폭스를 비롯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러시아, 인도, 중국 등에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해왔다. 이는 일차적으로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 영화시장에서 자국영화가 강세를 보이는 데 따른 반응일 것이고, 두 번째로는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보자는 취지일 것이다. 사실 한동안 가장 왕성한 성장을 보이던 한국시장에 할리우드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건 아니다. <폰>에 브에나비스타 한국지사가 투자했던 일이나 <실미도>에 소니픽처스 한국지사가 투자를 계획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폭스코리아 관계자도 “한국영화 투자, 배급은 5년 전부터 추진해오던 일”이라고 말한다. 할리우드 자본인 폭스 인터내셔널이 직접 한국영화에 투자를 한다면 또 다른 가능성이 생긴다. 한국영화가 폭스의 전세계 배급망을 활용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샘 포드 대표와 만났던 영화인들이 “아직 폭스가 구체적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이 모든 일이 당장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적다. 하지만 “한국 영화자본이 고갈되고 있는데 어디서건 자본이 들어온다면 무조건 찬성”이라는 한 제작자의 이야기처럼, 만약 이 ‘달러자본’이 들어온다면 직배사가 진입할 때와는 달리 환대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