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일흔줄에 들어서는 엄마가 벼르고 벼르던 중국 황석채 여행을 가겠다고 틈만 나면 우리 집에 와서 인터넷 검색을 들볶았다. 어찌나 의심이 많은지 일정이며 옵션이며 샅샅이 확인한 뒤에야 여행사 직원에게 (그것도 내 전화로!) 전화한다. 그래야 노인네에 대한 구박이나 사기를 안 당한다는 게 지론이다. 문제는 확인해놓고 하루 지나면 또 까먹고 똑같은 걸 또 해달라는 거다. 어쨌든. 한달 전만 해도 마감, 예약마감 줄줄이 있었는데, 정작 여행 적기라는 10월에 들어서자 한마디로 전멸이다. 출발일마다 예약자는 0명. 여행사 직원 왈, 하도 아무도 예약을 안 하기에 거의 다 찬 것처럼 해놓으면 사람이 좀 올까 해서 그랬단다. 한마디로 낚시질인데, 중소기업들이 줄도산 위기라니 뭐라 욕하기도 거참. 침 발라가며 돈 모아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여행이 막힌 엄마는 울상이다. 대통령 빼고 두 번째로 경제 위기를 시인할 만수 오빠마저 국회 답변에서 “(금융불안이) 실물경제에도 조만간 영향을 미칠 것”이라니, 실제로는 오죽하겠나. 여기저기서 허리띠 졸라매느라 바쁘다.
(국내 신용경색을 줄곧 옆집 얘기하듯 하며) ‘금융위기보다 더 무섭다’는 리플을 얻은 ‘만수 생각’에도 위기이듯, 대형 금융회사 수장들은 “이미 실물경제 위기에 진입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생각만큼 조기진화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금융회사와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자금 확보에 나서는 바람에 달러뿐만 아니라 원화 유동성에도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문제도 이미 손쓸 단계를 지났다, 내년 하반기까지 위기가 지속될 것이다 등등. 대기업과 은행이 돈줄을 틀어쥐어버리면, 중소기업과 가계의 파산이 불보듯 뻔하다. 현재 금융권 대출 자산 850조원 가운데 중소기업과 가계가 각각 400조원이고 대기업은 50조원에 그친다. 돈줄이 막혀 공기업 민영화 속도가 늦춰진다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일까.
경제 수장이 현 정부의 무능을 시인한 셈인데, 그러고도 계속 신뢰의 위기는 전 정부의 신뢰문제라며 철지난 ‘놈현 탓’ 타령이니, 차라리 진짜 우리 옆집 아저씨가 경제정책을 펴는 게 나아 보인다. 이 와중에 대통령은 “달러 사재기하는 기업과 국민” 탓을 하고, 그와 솔메이트인 신문들은 화답을 하듯 IMF 환란 때와는 다르다고 목청을 높인다. 완전 스리쿠션 댄싱 플레이하신다. 이 와중에 몇몇 여당 의원들이 뜬금없이 ‘달러 모으기’를 제안해, 각박한 세태에 신선한 웃음을 선사했다. 자 선플 날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