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길까, 말까, 그것이 문제로다. 전운이 드리운 일본 도쿄, 사람들의 입가에 웃음 따위를 흘리게 하는 일이라면 모조리 금지해야 한다고 믿는 검열관이 있다. 그러니, 그의 손에 들어간 희곡은 모두 ‘삭제’라는 글씨로 걸레가 되고, 때때로 ‘불허가’라는 매몰찬 도장이 찍히는 건 당연지사. 그의 앞에 코미디에 이 한몸 바치고자 하는, 심지어 ‘웃음의 대학’이라는 우습기 짝이 없는 극단에 소속된 작가가 나타나니, 둘 사이에 꽤 심각한 한판 대결이 벌어지지 않을까. 그러나 미타니 고키 원작의 연극 <웃음의 대학>은 희극작가의 대본을 검열관이 뜯어고치는 7일간의 사건을 가볍지만 신랄한 어투로 담아낸 코미디다. 미타니 고키라면, 라디오 방송국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훌륭하게 활용한 코미디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의 각본 겸 연출가로 낯익은 인물. 이번에도 책상만이 덩그러니 놓인 좁은 공간과 연극 대본이라는 소재, 말장난에서 비롯된 유머를 절묘하게 섞어 암울한 시대를 조소한다. 시대정신에 민감한 연극을 주로 선보인 이해제 연출가의 지휘는 물론, 캐스팅 역시 눈여겨볼 부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친일파 김판주 역을 맡았던 송영창이 검열관으로, 최근 뮤지컬 <나인>으로 무대에 오른 황정민이 작가로 캐스팅됐다. 2004년 호시 마모루 연출, 야쿠쇼 고지·이나가키 고로 주연의 동명영화로도 완성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