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 DVD 시장은 유망한 분야로 보였다. 2003년 18%, 2004년 9%의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던 DVD 시장은 2005년 이후 급격하게 침체를 겪기 시작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DVD 매출은 2005년 -35%, 2006년 -21%, 2007년 -36%의 매출 감소를 보였고, 올해는 -4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2004년 1085억원에 달하던 DVD 매출액은 지난해 350억원대까지 떨어졌다. 비디오는 말할 것도 없다. 1990년대 말부터 꾸준히 떨어져왔던 비디오 매출은 1천억원을 훌쩍 넘었던 전성기가 무색하게도 지난해에는 219억원을 기록했다.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불법복제 때문이다. 영진위는 비디오와 DVD를 총괄하는 홈비디오 시장의 전체 매출에서 불법복제로 인한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88%에 이른다고 분석한다.
사업자들의 사정도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소니픽처스 홈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직배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1990년대 초반 한국 비디오 산업의 성장에 발맞춰 국내에 진입했던 미국 메이저 홈엔터테인먼트 직배사 중 워너홈비디오코리아만이 남게 됐다. 2006년 파라마운트, 유니버설, 폭스가 사업을 철수했고, 브에나비스타의 라이선스도 KD미디어에 넘어갔다. 소니의 DVD 라이선스는 이십세기 폭스 영화의 DVD 라이선스를 가진 SM픽처스와 소니 DVD의 유통사 프리미어엔터테인먼트가 합병해 만든 (주)프리지엠으로 가게 된다. 이로써 프리지엠은 폭스, 소니, MGM DVD의 라이선스를 갖게 되며, 유니버설픽처스의 셀스루 국내 총판과 워너브러더스의 DVD 판매까지 담당하게 된다. 프리지엠의 조형진 상무는 “시장이 안 좋은 상황에서 여러 업체가 존립하는 것보다 한 회사가 좀더 큰 규모로 운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설명한다.
규모를 키워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 외에도 DVD 업계는 생존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0월6일부터 사흘간 부산 씨너스 해운대점에서 열리는 제1회 블루레이영화제도 비슷한 차원이다. 고화질, 고음질을 갖춘 DVD 블루레이 디스크를 널리 알리기 위한 이 영화제는 국제적 영상협회인 블루레이디스크연합과 국내 DVD 업체가 손을 잡고 여는 행사다. 극장 매출보다 홈비디오 매출이 큰 일본이나 미국과 달리 한국의 홈비디오 매출은 전체 영화 매출에서 5%(영진위)에 불과하다. 홈비디오 산업의 생존은 영화산업의 침체 극복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는 말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불법복제를 근절하려는 정부의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