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한산했던 중국의 극장가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10월1일 국경절 연휴를 맞은 요즘, 올림픽 기간과 유명 감독들의 대작영화들이 일제히 개봉하는 연말 성수기를 피하려는 중국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하고 있다.
우선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판타지 사극영화인 <화피>(Painted Skin)다. 포송령의 소설 <요재지이>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화피’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제작비 1억위안이 들어간 대작으로, 견자단, 주신, 조미, 진곤, 손려 등 중국의 스타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제작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람의 얼굴 가죽을 벗기는 구미호와 두꺼비 요괴의 대결 등 원작 소설의 섬뜩하고 기괴한 내용을 그대로 화면에 담아내려고 했던 이 영화는 한때 중국 당국의 심의에 통과하지 못해 제작 중단 위기를 겪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도학위룡> 시리즈를 연출한 홍콩 출신의 진가상 감독이 중간에 공동 연출로 참여해 시나리오를 대거 수정하면서, 인간과 요괴간의 사랑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 멜로영화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그러나 멜로라는 기본 스토리 외에도 화려한 액션과 의상, 미술로 볼거리 가득한 화면을 만들어내면서 개봉 첫날 1200개 스크린에서 약 1500만위안의 흥행 수입을 기록하는 등 현재로서는 가장 돋보이는 흥행성적을 보이고 있다.
<화피>만큼은 아니지만 홍콩의 액션 대가인 진목승 감독이 연출한 신작 <커넥트>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할리우드영화 <셀룰러>를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스릴러와 액션의 성공적인 결합을 이루어냈다는 현지의 평가를 받고 있으며. 홍콩 배우 고천락과 대만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여주인공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서희원이 주연을 맡았다. 비록 500여개의 스크린에서 중간 규모로 개봉하긴 했지만 관객의 평이 좋고, 이미 홍콩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점을 미루어볼 때 국경절 연휴 기간 동안 더 많은 관객몰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