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웍스와 파라마운트. 두 스튜디오가 3년간의 결혼생활을 마무리했다. 두 스튜디오의 동거는 드림웍스가 잇단 재정난을 겪던 2005년 12월, 비아콤의 파라마운트픽처스가 드림웍스 스튜디오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2006년 2월1일 파라마운트는 16억달러에 드림웍스를 인수했고, 그 뒤 드림웍스는 파라마운트와 <드림걸즈> <연을 쫓는 아이> <트랜스포머> 등을 공동제작했고, 애니메이션 <플러시> <꿀벌 대소동> <쿵푸팬더> 등을 파라마운트에서 독점적으로 배급했다.
사실 두 스튜디오의 결별은 2008년 6월부터 초읽기에 들어갔다. 드림웍스의 창립자 중 한명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계약이 끝나는 2008년 독립할 것을 공공연하게 밝혀오기도 했고, 드림웍스에 흥미를 보인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타임> 등 외신은 7월경부터 인도 기업 릴라이언스 빅엔터테인먼트가 드림웍스의 차기 파트너가 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추측했고, 9월에 이르자 릴라이언스는 드림웍스에 15억달러를 제작·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예정된 이별이었다고는 하지만, 둘의 관계가 칼로 무 자르듯 정리될 것 같지는 않다. 두 회사가 공동 참여한 영화가 개봉대기 상태로 18편가량 남아 있기 때문이다. 파라마운트는 앞으로 3년간 연간 6편씩 개봉해 관계를 청산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파라마운트의 배급 계약은 2012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라, 한동안 드림웍스 제작·파라마운트 배급 시스템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적지근한 결별보다 업계의 촉각을 곤두서게 한 소식은 두 기업의 향후 행보다. 현재 드림웍스는 2009년과 2011년을 겨냥한 <슈렉4>과 <쿵푸팬더2>의 제작이 한창이다. 반면 드림웍스를 떠나보낸 파라마운트는 고어 버빈스키를 기용해 애니메이션 시장을 향한 독자적인 진출을 계획 중이다. 또 파라마운트는 <아이언맨>으로 맺은 마블 필름스와의 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최근 파라마운트는 2011년까지 마블에서 제작하는 <아이언맨2> <토르> <퍼스트 어벤저: 캡틴 아메리카> <어벤저스> <아이언맨3> 등 5편에 대한 배급 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