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근교에 사는 루카는 말보다 행동이 앞서 남들과의 소통이 서투른 소녀. 어느 날 그녀는 아버지가 근무하는 수족관에서 깊은 바닷속에서 듀공의 손에 자랐다는 신비의 두 소년(우미와 소라)을 만난다. 한편 전세계의 수족관에서는 원인 모를 물고기들의 실종사건이 일어난다. 사라진 물고기들의 공통점은 모두 몸에 흰 점박이 무늬가 있는 종이라는 것. 연이어 평소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거대한 심해어들이 해안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 루카는 두 소년과 함께 인간은 들을 수 없는 바다의 메시지를 듣게 되는데…. 도입부 줄거리를 대충 요약하긴 했지만 <해수(海獸)의 아이>는 “줄거리가 이러이러하다”라고 쉽게 단언할 수 없는 작품이다. 어떤 이에게는 그저 몽환적이기만 한 해양판타지로, 어떤 이에게는 인류의 근원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하는 일종의 다큐멘터리로 느껴질 수 있는 이 만화는 그래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열린 만화다. 작가인 이가라시 다이스케는 이렇듯 ‘쉽사리 언어로 정의내리기 힘든’ 작품 세계로 21세기 들어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만화가다.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가는 선과 최소한의 농담으로 사물과 세계를 표현해내는 작화력은 전율이 느껴질 정도. 그의 미려한 손끝이 펼쳐내는 심해의 모습은 그 어떤 초고화질 카메라도 잡아낸 바 없는 매력적인 신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