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영화계가 새로운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이탈리아영화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과 심사위원대상을 각각 차지했으며 9월 초에 개최한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도 4편이나 출품되어 최우수 남자배우상을 수상했다. 이를 새로운 르네상스의 도래라고 보는 시각도 있고, 그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탈리아영화가 상승세에 있다는 것만은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과거 20% 수준에 그쳤던 국산영화 자국시장 점유율도 이미 30%를 넘어섰다.
해외 영화제 수상작이 자국에서 인기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탈리아영화 3편이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나란히 올라 있는 것은 근래에 보기 드문 일이기도 하다. 베니스영화제가 열린 지난 9월 초 부터 3주에 거쳐 이탈리아 박스오피스에는 윌 스미스의 <핸콕>과 <쿵푸팬더>의 뒤를 이어 세편의 이탈리아 필름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페르잔 오즈페텍의 <완벽한 하루>(Un Giorno Perfetto), 푸피 아바티의 <지오반나의 아빠>(Il Papa di Giovanna), 잔니 디 그레고리오의 <페라고스토의 점심>(Pranzo di Ferragosto)이다.
9월 초 개봉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3위를 달리고 있는 <완벽한 하루>는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이었던 페르잔 오즈페텍 감독의 작품으로 올해 베니스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조감독 생활을 거쳐 지금까지 4편의 영화를 만든 페르잔 오즈페텍 감독은 2003년 <창문을 마주보며>(La Finestra di Fronte)로 이탈리아의 오스카상인 다비드 디 도나텔로의 5개 부문을 휩쓴 바 있다. 감독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지 않은 첫 번째 영화인 <완벽한 하루>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두 가족의 24시간을 그리고 있다. 오즈페텍 감독은 이혼 이후 가족이 맞는 상황, 이혼을 자식에게 이해시키지 못하는 부모, 이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병적인 질투와 폭력의 화신이 되어가는 남편, 분열된 관계들로부터 받는 상처와 고통 등을 하루라는 시간 안에 범죄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풀어간다. 또한 감독은 초등학교 한 학급에 이혼자녀가 무려 30%에 달한다는 이탈리아의 현실을 보여주며 40대 여성이 이혼 이후 부딪히는 경제적인 독립, 아이들 양육, 책임의 문제들을 현명하게 엮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