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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미 먹고 있다!
김경우 2008-09-25

<차이니즈 봉봉클럽> 조경규 지음 / 씨네21북스

경고! 이 만화를 보기 전 절대 식사를 하지 마시오! 경고문을 보고 <차이니즈 봉봉클럽>이 구토를 유발할 만큼 엽기적이고 잔인한 만화라고 오해를 할 독자가 있을 수도 있겠다. 만화를 보기 전 식사를 하면 안 되는 이유는 이 만화를 보고 또 식욕이 동해 과식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차이니즈 봉봉클럽>은 아무리 포만감에 가득 차 만화를 보더라도 책장을 덮는 순간 강렬한 허기를 느낄 수밖에 없게 하는 무시무시한 음식만화다.

편의점 삼각김밥에서조차 맛의 ‘오의’를 찾는 식도락 여고생 은영은 우연한 기회에 ‘차이니즈 봉봉클럽’이라는 정체불명의 서클에 가입한다. 이 서클은 전국 273개 초중고등학교에 지부를 갖고 있으며 전국의 유명한 중국집을 찾아 식도락을 즐기는 비밀클럽이다. 은영이 가입한 청송고등학교의 클럽 멤버들은 자장면 비빌 때 나는 소리에 황홀경을 느낄 정도로 진정한 중화요리 마니아들. 덮밥류의 전문가이며 초밥왕 쇼타를 똑 닮은 쇼타, 밀가루 음식의 전문가이며 진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이마의 흉터가 아파오는 해리, 클럽의 회장이자 최고의 중화요리를 접하면 잘 때도 벗지 않는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하는 아롱. <차이니즈 봉봉클럽>은 은영이 이 세명의 괴짜 식도락가들과 함께 중화요리의 참된 세계를 만나는 과정을 코믹하면서도 엽기적으로, 그리고 집요하게 그려낸다.

귀여운 명랑체의 화풍과 극적인 순간에 펼쳐지는 엽기적인 연출도 매력적이지만 이 만화의 진정한 미덕은 전문적이고 상세한 중화요리의 묘사와 실존하는 중국집에 대한 친절한 소개에 있다. 작가인 조경규는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실력파인데 갈고닦은 작화력을 음식만화에 쏟아부은 보기 드문 식도락 만화가다. 현재 중국에서 유학을 하며 미지의 중화요리를 몸소 경험하고 있을 정도. 그런 작가의 열정과 취재력이 고스란히 만화에 녹아 있어 <차이니즈 봉봉클럽>은 한국 중화요리의 맛지도로도 손색이 없다. 베이징 오리구이, 소롱포, 꿔바로우, 십경월병 등 평소 잘 알지 못했던 중화요리의 생생한 묘사에 푹 빠지다보면 아무리 심한 식욕부진 환자라도 자기도 모르게 침이 고일 수밖에 없을 게다. 사족이지만 <미스터 초밥왕> <천하일미 돈부리> <절대미각 식탐정> 등 일본의 쟁쟁한 음식만화에 보내는 오마주와 <거인의 별> <북두의 권> 등 고전만화를 차용한 패러디도 놓치면 안 될 매력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