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아 연기 변신 지수 ★★☆ 히키코모리 관심 요망 지수 ★★★☆ 반전 지수 ★☆
공포영화 제작자가 은둔형 외톨이인 히키코모리라는 소재를 탐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외부와 단절된 생활은 공간을 이용한 공포심 유발을 가능하게 하고, 자해와 폭력을 일삼는 모습은 충격과 공포를 던져준다. 게다가 살인의 이유를 굳이 찾을 필요도 없어 드라마를 통해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히키코모리의 극단적 증상이기도 한 ‘묻지마 살인’을 통해 공포를 극대화하려 했던 <외톨이>는 그러나 소재의 묘미도 사회적 메시지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고등학생 수나(고은아)는 호화로운 저택에서 삼촌(정유석)과 할머니(정영숙)와 함께 산다. 집에선 한없이 어리광쟁이지만 학교에선 친구들로부터 괴롭힘받는 하정을 옆에서 지켜주는 씩씩한 반장이다. 어느 날 하정은 친구들에게 심한 모욕을 당하고 수치스런 경험을 하게 된다. 수나에게 도움의 문자를 보내보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답장이 돌아온다. 그때부터 방문을 걸어 잠근 하정은 결국 자신을 괴롭힌 친구 앞에서 목숨을 끊는다. 단짝친구의 죽음과 동시에 가족의 비밀도 드러난다. 믿었던 삼촌과 할머니가 자신을 속여왔다는 것을 알게 된 수나는 은둔형 외톨이가 된다. 그리고 복수가 시작된다.
<외톨이>는 은둔, 자해, 폭력형 히키코모리의 모습을 차례로 보여주면서 반전을 향해 나아간다. 그러나 치명적이게도 이야기 전개의 핵심 고리인 수나가 히키코모리로 변화해가는 과정에 설득력은 떨어진다. 친구의 죽음과 가족의 비밀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설명하려 하지만 쉽게 감정이입되지 않는다. 그 순간 수나의 고통과 슬픔은 남의 얘기처럼 들린다. 반대로 하정의 이야기는 비록 관습적이긴 하지만 히키코모리라는 소재를 채택한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메시지와 충격을 일정 부분 보여준다. 특히 하정이 자신에게 사과하러 온 친구를 방 안으로 끌어들여 닫힌 방에서 단둘이 마주하는 장면에선 저절로 긴장하게 된다. 문을 열려는 자와 열지 않으려는 자의 대립이 일순간 깨지면서 힘의 관계가 역전되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야 말 것이라는 불안함이 공포로 전환된다. 차라리 수나의 이야기도 반전없이 정공법으로 다뤘으면 어땠을까 싶다. 곳곳에 뿌려놓은 반전을 위한 단서들이 끝에 가서 설명되고 봉합되는 과정은 억지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가족의 비밀, 출생의 비밀은 너무 진부하지 않은가.
TIP/영화 촬영은 광주에서 진행됐다. 제작진은 영화의 중요한 공간인 수나가 사는 호화저택을 위해 광주의 한 스튜디오에 3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세트를 만들었다. 유리로 둘러싸인 실내 정원, 나선형 계단과 2층 복도 등은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주요 공간으로, 공포 분위기 조성에 일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