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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 언론 공개
박혜명 2008-09-23

일시 9월 17일 수요일 오후 2시 장소 서울극장 2관

이 영화

희수(전도연)와 병운(하정우)은 1년 전까지 연인 사이였다. 헤어진 그들이 다시 만나게 된 건 돈 350만원 때문. 희수는 병운을 찾아와 다짜고짜 “빌려간 돈 갚으라”고 한다. 수중에 그만한 돈이 없는 병운은, 희수의 차를 얻어타고 제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십시일반 돈을 꿔 모으게 된다.

100자평

전도연과 하정우, 두 배우 이름만으로도 '연기는 최고'일 것이라는 보증이 성립된다. 과연 그렇다. 하정우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독창적인 캐릭터를 창출한다. <멋진 하루>의 하정우는 <비스티 보이즈>의 하정우와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내면은 다른 사람이다. 입만 벌리면 거짓말이 튀어나오던 <비스티 보이즈>의 재현과는 달리, 병운은 "매순간 진실"하다. 병운은 거의 재현된 적은 없지만, 살면서 한두명씩 만나게 되는- '저런 사람 있다' 싶은- 인물을 아주 제대로 그리고 있는데, 그것 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전도연의 연기 역시 아주 담백하다. 칸느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대배우가 (자신이 빛나는 배역이 아니라) 상대를 받쳐주는 역할을 맡아, 딱 그 만큼의 중량을 조절하며 '오버'하지 않는 것이 보통의 내공으로는 불가능한 경지이기 때문이다. <여자, 정혜>나 <러브 토크>를 만들었던 이윤기 감독의 고질적 병폐였던 문어체적인 대사나 자의식 과잉이 없으며, 자연스러운 대사와 재치있는 카메라 워크가 일품이다. 다이라 아즈코의 동명의 단편소설! 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돈 빌리고, 돈 갚는' 2008년도의 한국의 풍경과, 과거를 호시절로 추억하는 불황기의 사회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데, 이 역시 흥미로운 성찰의 지점을 제공한다. 여러모로 뜯어보고 음미할 것이 많은 영화이다. 황진미/영화평론가

<멋진 하루>는 빚을 해결하기 위해 하루종일 서울시내를 누비고 다니게 된 채권자-채무자 두 사람의 여정에서 시작해 그것으로 끝난다. 외형만 보면 뜬금없고 생뚱맞은 기행문이나, 여기서 얻어지는 결론은 돈 350만원이 아니라 연인이었던 두 사람의 흔적들이다. 둘이 자주 갔던 식당, 한 우산 속에서 나란히 빗속을 걸었던 기억, 서로의 귀에 이어폰을 꽂아주고 음악을 공유했던 순간, "미안해"라는 말로 끝맺음했던 이별. <멋진 하루>는 보통의 영화가 취하지 않는 방식으로 로맨스를 이루어가는 애틋한 멜로영화다. 보이지 않는 선 위로 몇 개의 점들이 찍혀 있을 뿐이어도 그것이 사랑에 관한 그림이었을 것임을 누구나 안다. 이윤기의 영화들은 언제나 마음이 닫힌 인물들을 데려와 그들이 지닌 상처를 세심하게 더듬고, 알아봐준다. 완전한 치유까지 약속하진 않아도 ‘당신에게 이런 아픔이 있었군요’ 하고 나지막이 인정해주는 따뜻함을 지녔다. 삐딱하고 차가운 태도 속에 감춰뒀던 희수의 여린 속울음이 아담한 노을을 등지고 터져 나올 때, 왜 이들의 하루를 멋지다고 부를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있다. <멋진 하루>는 분주하고 리드미컬한 로드무비 꼴을 갖추면서도 사색적인 여백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그 빈칸에 채워질 것은 우리들 각자의 사랑의 기억이다. 사색과 위안을 유도하기 위한 지극히 익숙한 모멘트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고달픔에 대해 둔감해진 딱딱한 마음에 위로가 되기 충분한 영화다. 박혜명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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