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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으로 사회의 그늘을 껴안다
박성렬 2008-09-24

제4회 인디애니페스트, 9월25일부터 30일까지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려

단편에다 애니메이션이라고 얕보지 말자. 9월25일부터 30일까지 엿새 동안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리는 제4회 인디애니페스트는 폭넓은 고민의 흔적이 엿보이는 페스티벌이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한명의 제작자가 감독과 시나리오, 원화와 동화를 모두 관여하는 등 열악한 제작환경에서 완성한 작품들에는 변두리의 애환과 창작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생존기한이 짧은 삶, 가난과 소외를 조망하고 있다는 점은 바로 비슷한 환경에 놓인 감독들의 어려움을 짐작게 한다.

개막작은 죽음을 앞둔 소녀의 일상을 그린 이은영 감독의 <실비>와 제대 이후 살길이 막막해진 레슬러가 입대를 기피하는 노숙자와 한판 싸움을 벌인다는 곽경택 감독의 <아침이슬-노숙자 영창에 들어가다>이다. 곽경택 감독의 개막작은 군대라는 사회제도의 비극에 코믹 터치를 곁들였고, <실비>의 소녀는 비 내리는 판자촌을 놀이터 삼는다. 암울한 사회에 긍정으로 맞서는 것이 두 작품의 공통점으로 그늘 밑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 페스티벌의 기치와도 맞닿아 있다. 폐막작은 공식경쟁부문에서 수상한 작품이 상영된다.

페스티벌의 공식경쟁부문은 크게 학생부문과 일반부문으로 나뉜다. 일반 경쟁부문에 모습을 드러낸 작품 중에는 의외랄 작품도 더러 있다. 연상호 감독의 <사랑은 단백질>은 올해 극장에 개봉했던 단편애니메이션 묶음 상영작 <인디애니박스: 셀마의 단백질 커피>에 포함되었던 작품이다. 줄거리 없이 스틸 사진의 나열로 완성된 실험단편 <웨더 송>은 관객을 당황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 감각적인 영상미에 야들야들한 서정을 곁들인 <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들>은 제7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미 인터넷에 플래시 동영상의 형태로 공개된 <떳다 그녀!! Step3-도키와 나비>는 일관된 스토리를 가진 연작 뮤직비디오 <떳다 그녀>의 일부로 현재 5번째 작품이 기획 중인 총 4편의 시리즈 중 3번째에 해당한다. 개성있는 캐릭터가 ‘엽기토끼’나 ‘졸라맨’과 유사한 시리즈다. 총 35편이 출품된 경쟁부문은 두개의 일반부문 섹션과 세개의 학생부문으로 나뉜다.

페스티벌에 걸린 ‘광란의 교차로’라는 구호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갖가지 단편애니메이션들이 좁은 음지 골방의 문을 열고 넓은 교차로로 나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 보인다. 국내스페셜 섹션은 이들 작품이 한국사회의 어두운 골방에서 짊어지고 나온 소수의 삶에 포커스를 맞춘다. ‘국내스페셜1 <별별이야기2>’는 단편애니메이션 묶음 상영작인 <별별이야기2: 여섯 빛깔 무지개>를 상영하는 자리다. 2007년 개봉되었던 <별별이야기2>는 동성애자, 장애인, 성역할과 외모지상주의, 이주여성 등의 문제를 다루며 사회 소수자들의 인권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국내스페셜2 <백수와 고용>’은 제목처럼 “21세기 젊은 세대의 초상”인 백수 캐릭터를 통하여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용어가 유행하는 현재 한국사회의 단면을 드러낸다.

나머지 초청부문인 ‘비경쟁부문 섹션’에는 총 12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11편의 작품을 상영하는 ‘파노라마 보이스 & 비전’은 “들을 수 없는 주파수에 귀를 기울여보자”(김준양 프로그래머)는 취지로 기획된 섹션이다. ‘특별섹션 가가호호’는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밝고 경쾌한 작품만 모았다. ‘개막작 섹션’은 개막작을 감독한 이은영 감독과 곽경택 감독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자리. ‘아시아태평양스페셜’은 요시무라 감독을 주축으로 모인 일본의 애니메이션팀 ‘애니메이션 수프’의 작품집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한편 페스티벌은 관객과의 소통에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관객이 직접 애니메이션의 제작과정을 배워볼 수 있는 ‘인형, 배우되다’, ‘파라락 애니메이션’ 같은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해놓았고, 감독의 물건을 직접 감독에게서 구입할 수 있는 프리마켓과 감독이 진행하는 세미나 그리고 감독의 고민을 함께 듣는 ‘천기누설’ 같은 섹션도 마련되어 있다. 아예 “스크린 밖으로 나온” 스톱모션애니메이션 전시 코너도 눈여겨볼 만하다. 부대낌과 소통을 이루려는 페스티벌의 노력은 실제 차들이 부대끼는 교차로에서 열리는 야외 파티 ‘야간교차로’에서 절정을 이룬다. 덧붙여 개막식과 폐막식, ‘국내스페셜1 <별별이야기2> 섹션’은 무료 상영된다. 더 자세한 정보는 영화제 홈페이지(www.ianifest.org)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