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T가 자사의 IPTV인 메가TV에 공급하기 위해 ‘IPTV용 영화’를 제작한다고 발표하면서 충무로에는 미묘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KT는 자회사인 싸이더스FNH와 함께 이철하 감독의 <스토리 오브 와인>, 황병국 감독의 <도망자>(가제), 이무영 감독의 <Just Kidding>(가제), 김동욱 감독의 <죽이고 싶은 남자> 등 4편을 제작해 11월 중순부터 메가TV를 통해 방송할 예정이다. 그러나 IPTV가 출범 초기부터 스스로 영화를 기획, 제작한다는 계획은 투자를 받지 못해 영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제작사들엔 부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KT 정도의 대기업이라면 영화산업의 토대를 키워서 그 열매를 따먹을 생각을 해야 하는데 스스로 제작까지 하겠다니 걱정스럽다”고 말한다.
KT의 입장은 다르다. KT 미디어본부 미디어콘텐츠 담당 강주연 차장은 “IPTV용 영화를 만드는 것은 두 가지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강 차장은 “극장용 상업영화로 만들기 어려운 소재나 가능성은 있지만 리스크가 존재하는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이를 IPTV용 영화로 만들어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실험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한다. KT는 섹스 코드를 중심으로 자체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는 케이블TV 채널들과 달리 실험성과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Just Kidding>이 밴드 슈퍼키드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리얼뮤직드라마’라는 점만 봐도 도전정신은 느껴진다. 두 번째는 IPTV의 주요 특성인 양방향성을 실험한다는 차원이다. 이를 위해 <스토리 오브 와인>에는 배우와 와인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살펴보거나 O.S.T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강 차장은 “KT는 기존 베넥스펀드뿐 아니라 우리들창투, 소빅창투 등과 한국영화 투자를 위한 펀드를 꾸준히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으로선 IPTV의 자체 영화 기획, 제작이 충무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전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부가판권시장 복원, 중국이나 미국 등 해외시장에 대한 탐색, 해외영화의 로케이션 유치 등 활로를 모색하는 마당에 영화계가 IPTV용 영화 제작에 미온적일 이유는 없어 보인다. 또 ‘영화공장’을 가동시키지 않으면 충무로 일꾼들이 대거 이탈할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도 이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IPTV용 영화에 대한 이런 긍정적 판단이 KT가 앞으로도 다양성과 실험성을 추구하고, 외부 제작사에도 기회를 제공한다는 전제에서만 성립된다는 점을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