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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인 사랑의 이야기 <블라인드 러브>
강병진 2008-09-09

<블라인드 러브> Blind Loves 유라이 레호츠키 | 슬로바키아 | 2008년 | 77분 | 컬러 | 칸 감독주간 40주년 특별전

<블라인드 러브>는 제목 그대로 맹목적인 사랑의 이야기다. 오로지 한 사람을 향한 사랑으로 몸과 마음을 가누지 못하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시각을 잃어버린 그들이 딱 하나 볼 수 있는 것이라곤 ’그 사람’밖에 없지 않을까. 그들의 사랑에는 다른 풍경이 끼어들 틈새가 없으니 말이다. 영화는 4명의 시각장애인들이 겪는 사랑을 다큐멘터리인지, 픽션인지 확신할 수 없는 태도로 담아내고 있다. 내면은 세상과 부대낄 때 빚어진 아픔으로 요동치지만, 아내를 향한 사랑으로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는 피터. 인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연인과의 소박한 여행을 꿈꾸는 미로. 그리고 곧 태어날 아이 덕분에 만사가 행복한 엘레나와 이제 막 이성에 눈 뜨게 된 소녀 주자나. <블라인드 러브>는 이들의 맹목적인 사랑이 펼쳐놓는 설렘과 그들을 염려스러운 눈으로만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을 교차시킨다. 앞을 볼 수 있는 자들은 앞을 볼 수 없는 이들의 사랑을 사치라 생각하거나. 기이한 풍경으로 바라볼 뿐이다. 하지만 세상의 수많은 풍경 중 하나만을 고르는 이들과 오로지 하나 밖에 보이지 않는 이들의 사랑을 놓고 볼 때 무엇이 가장 순수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블라인드 러브>는 진정한 사람에 대한 일만가지 정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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