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나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국영화사의 한장은 ‘표현의 자유’라는 항목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일제시대나 유신독재 시절은 물론이고 최근까지도 한국영화는 표현에 대해 엄격한 제약을 받아왔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라는 문제에 대한 한국사회의 보수성에서 비롯됐겠지만, 영화의 경우에는 거듭된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지 않아온 정부와 국회의 무책임성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 지난 7월31일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제29조 제2항 제5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내린 헌법불합치 결정도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제한상영관도 없는 상황에서 ‘제한상영가’라는 등급을 만들 때부터 많은 사람들은 위헌성을 제기해왔다. 이미 1996년 사전심의에 대해 위헌 결정과 2001년 등급보류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제한상영가 규정이 만들어진 것은 의아할 정도다.
이제 제한상영가라는 등급 규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할 지금, 때마침 “이제는 제한상영가 등급의 폐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9월9일 국회에서 열리는 최문순 의원실 주최 ‘문화산업진흥 토론회’에서 조광희 영화사 봄 대표는 실효성도 없고 위헌 소지가 있는 제한상영가 등급 자체를 없애야 반복되는 입법과 위헌 판결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할 예정이다. 영화 전문 변호사로도 잘 알려진 조 대표는 이날 발표할 글에서 1)제한상영관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한상영가 등급분류란 곧 상영금지에 해당해 이는 사실상 검열이며, 2)형법상 음란물이 존재하고, 3)이미 인터넷 등에 음란물이 광범위하게 유포돼 있는 게 현실이며, 4)폭력적 표현을 형법으로 억제할 수 없고, 5)영비법 32조에서 영화광고 등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제한상영가 등급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서 그는 프랑스의 경우처럼 예상치 못한 높은 수위의 표현으로부터 관객을 보호하기 위해 영상물등급위원회가 특별한 경고사항을 첨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또 그는 제한상영가뿐 아니라 다른 등급분류 또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제기한다. 한마디로 분류 기준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영화의 숙원이라 할 수 있는 ‘완전한 표현의 자유’는 정부와 국회가 사전 규제보다 사후 통제 시스템에 힘을 기울이는 선진국 모델을 놓고 고민해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5년 전인지, 20년 전인지 분간되지 않을 정도로 세상을 후진시키고 있는 현 지배층에겐 너무 무리한 주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