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테크닉 지수 ★★★ 팬서비스 만족 지수 ★★ 아나킨 변신 지수 ★★
스타워즈가 3D애니메이션으로 귀환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후반부와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 사이, 즉 2.5 버전에 해당한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3D애니메이션으로 선보이긴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올 가을 카툰네트워크와 TNT에서 100편에 달하는 TV판 3D <스타워즈>가 방송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해본다면, 이번 버전은 TV시리즈를 시작하기 전 선보이는 98분 버전의 가벼운 워밍업 또는 예고편이라고 보면 맞다.
때는 아나킨이 제다이 기사로 임명된 직후다. 은하계 범죄단의 수괴 자바는 납치된 아들을 구해달라고 공화국에 요청한다. 자바의 협력이 있어야 군비수송로를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팰퍼틴과 제다이 기사단은 오비완과 아나킨에게 이 임무를 맡긴다. 아나킨은 이제 막 제자가 된 골치덩어리 소녀 아소카와 함께 자바의 아들을 구하러 나선다. 한편, 오비완과 요다는 클론 군대를 이끌고 훗날 전설로 기억될 클론 전쟁을 시작한다.
스타워즈의 전 시리즈를 관통하며 전설적인 전투로 언급되는 ‘클론 전쟁’은 그 명성에 비해 지금껏 한번도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내용이다. 영화 뒤에 존재하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다분히 팬서비스적인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 조지 루카스가 작정하고 팬들을 위한 정책을 펼쳤는지 영화는 누구나 봐도 쉬운 내용과 유치한 대사로 ‘어린이용 <스타워즈>’라는 수식이 걸맞을 지경이다. 특히 아나킨은 연기 변신을 하는 배우라도 된 듯 어두운 운명을 짊어진 기사에서 탈피, 애니메이션의 코믹한 영웅 역을 자처한다.
사실 이번 시리즈의 관건은 3D애니메이션의 기술력이다. 앞서 방영된 2D애니메이션이 <스타워즈>의 장엄한 전투신을 담기에 역부족이라는 팬들의 평가, 앞으로 방송될 TV시리즈의 면모를 미리 짐작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화두다. 전투장면으로 평가하자면 꽤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실사영화가 보여주지 못했던 다이내믹한 테크닉을 구사함으로써 생생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소 실망스러운 건 캐릭터들의 표정과 움직임. 일본 애니메이션과 영국의 ‘썬더버드’ 스타일을 결합했다는 애니메이션 스타일은 전투신과 비교해볼 때 확연히 뒤처져 몰입을 방해한다.
어쨌든 이 모든 걸 차치하고 실사가 아닌 3D애니메이션으로 보는 <스타워즈>는 어색한 옷을 입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든다. 전편 <스타워즈>를 향수할 수 있는 건 새뮤얼 L. 잭슨과 크리스토퍼 리의 목소리 정도다. 영화의 처음, <스타워즈> 개봉 이래 줄곧 고수해온 이십세기 폭스의 로고 대신 워너브러더스 타이틀이 뜨는 순간 드는 아쉬움은 존 윌리엄스의 장엄한 배경음악이 들리지 않는 순간 급격한 불안함으로 바뀔 지경이다. 거기다 요다까지 프랭크 오즈의 음성을 버렸으니. 실사버전에 대한 갈증만 더해진 셈이다.
tip/<스타워즈: 클론 전쟁>은 <스타워즈> 역사를 새로 쓴 작품이다. <스타워즈> 시리즈 중 유일하게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지 못했으며, 처음으로 이십세기 폭스 대신 워너브러더스가 배급을 맡았다. 존 윌리엄스의 음악이 등장하지 않는 첫 작품이자, 요다의 목소리도 프랭크 오즈가 연기하지 않는다. 또 시리즈 중 유일하게 5월에 개봉하지 않은 작품. 오비완, 아나키 등 인물들의 입을 통해 여러 차례 쓰이며 <스타워즈>의 비공식 유행어가 된 “이거, 예감이 안 좋은데”(I’ve got a bad feeling about this)가 등장하지 않은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