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지은 아파트로 이사하게 됐는데 그 동네에서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이들은 열이면 여덟아홉은 “교회 나가세요?” 분들이다. 입주 시즌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막 집안으로도 들어온다. 이사하는 날에도 한 아주머니가 현관에 서 있기에 누구시냐고 물었더니 내 손에 뭔가를 쥐어줬다. 아무개 교회 홍보물이다. 하나님 믿고 부자되란다. 노이로제 걸릴 지경이다. 나 부자 안 돼도 되니까 제발 남의 집까지 와서 고무·찬양, 선전·선동하지 말란 말이야. 국가보안법 위반죄는 이럴 때 적용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시민의 평화로운 일상을 방해하고 나라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행동으로 치자면(세금 꼬박꼬박 내고 심지어 주민세는 늘 까먹어 연체료까지 물어대는 나도 나라의 존립에 한몫한다고)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자는 이들보다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겠다는 이들의 횡포가 더 크다.
오세철 교수가 체포됐다는 소식에, 어리둥절했다. 이 아저씨 사회주의 내걸고 벌써 20년 넘도록 활동해온 분이다. 사회주의가 사상을 넘어 종교인 분이다. 혐의 내용은 ‘혁명적 사회주의 노동자당 건설’ 등을 목표로 지난 2월 사회주의노동자연합을 결성했다는 것이다. 그게 이적단체가 되고 그 모임의 자료가 국가 변란을 선전·선동하고 안보에 위해를 끼치는 문건이란다.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죄를 적용하려면 북에 이로운 일을 해야 할 텐데, 이 아저씨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반북인사다. 80년대 운동권에서 주사파, 민중파 맞장 뜰 때부터 비타협적이었다. 그런 이가 대체 왜? 경찰 스스로도 말이 안 된다고 느꼈는지 “사회주의 국가 건설은 헌법 정신에 맞지 않고 국익을 명백하게 침해”한단다. 여보세요. 그럼 예수천당 불신지옥 외치거나 외계인이 인류의 조상이라고 믿거나 계룡산 정 도령을 따르는 이들의 주장은 헌법 정신에 맞니? 아니, 결성된 지 6개월도 안 되고 활동가가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공개된 조직이 어떻게 국익을 명백하게 침해하냐고요. 말 나온 김에 지금 세상에 사회주의 안 섞이고 제대로 굴러가는 자본주의 봤어? 있으면 대봐. 으르렁.
그렇게 국익 침해를 염려한다면 나라를 졸지에 종교탄압국으로 만든 이들은 왜 가만 두는 거야. 정부든 경찰이든 복음화하는 게 소원인 분들 말이다. 늘 체제 전복을 기도하잖아. 일주일에 한두번씩 떼로 모여 전당대회까지 열면서. 하여간 촛불 앞에 고개 숙인 게 몹시 억울한 분과 그분께 충성경쟁하는 이들이 앞다퉈 저지르는 게 지금의 신공안정국이라면, 이거야 원 저질&저질러란 이름조차 붙이기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