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보다 생생한 다큐멘터리 지수 ★★★★☆ 젊은이보다 펄펄한 노인 지수 ★★★★ 음악평론가보다 해박한 영화감독 지수 ★★★★
마틴 스코시즈가 기획한 무대의 디자인을 믹 재거가 탐탁지 않게 여기고, 공연 시작 직전까지 연주될 곡의 목록을 받지 못한 마틴 스코시즈가 신경질 부리는 모습이 비쳐지는 영화 초반부까지만 해도 <샤인 어 라이트>는 롤링 스톤스의 공연을 찍는 과정을 담는 메타 다큐멘터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무대의 막이 오르자 이 영화는 록 밴드의 공연실황 DVD처럼 밍숭맹숭하게 진행된다. <샤인 어 라이트>는 롤링 스톤스가 <Jumpin’ Jack Flash>를 시작으로 <As Tears Go By> <Sympathy for the Devil> 등을 거쳐 <(I Can’t Get No) Satisfaction> 등 대표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생동감 넘치게 보여주는 데 온 힘을 기울이는 영화다.
공연실황 중간중간 과거 이들이 가졌던 인터뷰가 짧게 삽입되지만, “음악과 연주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었다”는 스코시즈의 말마따나 이 영화는 4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롤링 스톤스라는 밴드의 지난한 역사를 되돌아보거나, 그들의 정치·사회·경제적인 의미를 분석하려 하지 않는다. 2006년 10월29일과 11월1일 뉴욕의 유서 깊은 극장 비콘 시어터에서 열린 롤링 스톤스의 공연을 담은 이 영화는 18대 이상의 카메라를 동원해 잡아낸 생생한 화면과 입체적인 사운드를 통해 그들의 공연을 직접 보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스코시즈는 이미 수많은 다큐멘터리가 이 밴드를 다룬 바 있고, 스스로 <라스트 월츠>(1978)에서 공연장면과 백스테이지 풍경, 인터뷰 등을 혼합했다는 점을 고려해 음악과 그 창조자들을 부각하는 데 집중한다. <샤인 어 라이트>가 공연실황 DVD보다 월등한 점은 놀라운 촬영과 40시간이 넘는 촬영분과 과거의 영상을 절묘하게 결합한 편집 솜씨에서 비롯된다. 2차례 오스카 촬영상을 받은 로버트 리처드슨을 비롯해 존 톨, 로버트 엘스위트, 에마뉘엘 루베츠키 등 당대 최고의 촬영감독이 다양한 앵글로 잡아낸 영상은 그 어떤 공연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 노장들의 ‘음악혼’을 드러내며, 일정한 주제에 따라 연결시킨 편집은 롤링 스톤스의 좌표를 한눈에 파악하게 해준다.
“이 영화는 렘브란트가 그린 록 쇼”라는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즈의 말은 과장이 아니지만, <샤인 어 라이트>는 스코시즈만의 영화가 아니다. 60대 중반의 나이에도 수천명의 군중의 마음을 사로잡아낼 수 있는 롤링 스톤스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이 록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걸작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tip/ 이 영화는 촬영 도중 비극을 하나 낳았다. 애틀랜틱 레코드의 공동 창업자였던 전설적인 음악 프로듀서이자 롤링 스톤스의 절친한 친구 아흐메트 에르트귄이 백스테이지에서 미끄러져 머리에 충격을 입고 사망한 것. 롤링 스톤스를 다룬 또 다른 다큐멘터리 <김미 셸터>(1970) 촬영 도중에도 한 관객이 행사 진행요원으로 고용됐던 헬스 엔젤스 단원에게 살해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