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인천에 배 들어오면…’이라는 말 대신 ‘새도시 아파트만 올라가면’이나 ‘재건축 조합만 설립되면’이라는 말이 더 쓰이겠다. 부동산 로또가 다시 시작될 조짐이다. 지난 10년 동안 전국의 집값은 몇배로 뛰었는데, 최근 거품이 걷히면서 고작 3~4% 내린 걸 두고 나라가 절단이라도 날 듯이 정부가 다시 손을 대기로 했다. 느닷없이 공급을 확대하기로 하고 투기과열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들도 후퇴시켰다.
수도권에서만 지어놓고 팔리지 않는 물량이 3만채라는데 또 인천과 오산에 새도시 두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집값 안정을 위해 공급을 늘린다는 명분이다. 그러면서도 분양가를 부풀렸거나 수요 예측을 잘못해 생긴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들을 대신 매입해주기로 했다. 사실상의 공적자금으로 건설사들의 부실경영을 메워주는 꼴이다. 터무니없는 고분양가로 버티기해온 건설사들은 앞으로도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되면 좋고 아님 말고 식으로 수요자들에게 피박을 씌울 수 있게 됐다. 새로 짓는 수도권 아파트의 전매제한 기간은 1∼7년으로 줄었다. 분양을 받고도 어쩔 수 없이 1년 뒤 팔아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체로 단기 전매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들이 마음껏 작전을 짜기에 알맞은 조건이다. 이와 비슷하게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원 지위(기존에 집 갖고 있던 사람)를 조합 설립 인가 뒤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있도록 했다. 낡은 아파트를 사놓고 있다가 본격적으로 재건축 모드에 들어가면 잽싸게 팔 수 있다는 얘기다. 보통 시세차익은 이 과정에서 엄청나게 발생한다. 진작에 군불을 뗀 각종 세제·규제 완화까지 여기에 결합하면? 아무리 살펴봐도 실수요자들보다는 건설사들과 목돈 굴릴 사람들에게 유리한 정책들이다.
내집 마련의 대열에 끼지 못하면 당장 노숙자나 사회적 루저가 될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을 공포와 질투로 내몰고, 어느 동네 몇평에 사느냐에 따라 인격마저 다르게 취급해버려, 온 국민을 스트레스받게 하고 이간질시켰던 그 끔찍한 스토리가 다시 이어지는 건 아니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가까스로 대출받아 허리띠 졸라매고 사는 사람들이나, 내집 마련의 꿈을 버리는 동시에 마음 한구석도 휭하니 꺼져버린 사람들이나, 평수 넓힌 걸로 계급 상승이 됐다고 철석같이 믿는 사람들이나, 집집집, 집을 이고 살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좀 깔고 살자.
그나저나 집 나간 우리 남기남이는 이 여름을 어떻게 보냈나 모르겠다. 어느 집에서든 배 깔고 누워 구석구석 뒹굴거리며 집의 용도를 제대로 구현해주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