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 다큐멘터리 감독
지난해 여름, 미국 북부의 작은 도시에 몇 개월 머물렀다. 어느 날 나는, 그 지역 대학교에 시네마테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 로버트 알트먼 회고전이 열리고 있었고 나는 흥분된 마음으로 극장을 찾아갔다. 극장은 작았지만 객석은 다양한 연령의 관객으로 꽉 찼다. 미국이 저지르는 온갖 악행에도 아직 그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알래스카 유전 개발에 맞서 늑대를 지키려는 사람들과, 블록버스터 상업영화의 홍수 속에서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찾아서 보는 사람들 덕분일 듯! 한국의 중소도시 구석구석 시네마테크가 생기고 그 극장이 늘 관객으로 붐비기를 소망하며, 나는 오늘도 서울아트시네마 티켓을 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