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영화계와 주식시장의 인연은 끝이 나는 모양이다. 2005년부터 충무로를 광풍에 휩싸이게 한 우회상장 붐은 태원엔터테인먼트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태원엔터테인먼트는 8월19일 공시를 통해 정태원 대표의 지분 17.36%를 비롯해 정 대표의 우호 투자사 파이어웍스 인터내셔널의 지분 34.73%와 카니자로 아시아 마스터 펀드의 지분 17.24%를 조모씨와 에이치씨파트너스에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액면만 놓고 보면 정태원 대표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태원엔터테인먼트를 다른 기업에 팔아넘긴 것이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정태원 대표는 일단 태원 프로덕션이라는 비상장기업을 차려서 양윤호 감독의 <개미지옥> 등의 영화, 이병헌 주연의 <아이리스> 같은 드라마, 원화평 감독의 <스파게티 vs 누들> 등 글로벌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또 현재의 태원엔터테인먼트가 9월5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회사명을 주식회사 엠플러스아이로 변경하면 기존 이름 또한 다시 사용할 계획이다.
정 대표에 따르면 이번 주식 매각은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이다. 공시, 분기별 보고서 제출 등 상장기업에 부여된 의무조항 등이 영화업과는 맞지 않는 면이 많았고, DVD나 음반, 매니지먼트 등 상장 과정에서 불어난 사업부문을 떼어내고 기업의 덩치를 가볍게 가져가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정 대표는 “제작에 집중하고, 해외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또 궁극적 지향인 대형 미디어 기업으로 나가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우호 투자사들이 새로 창립될 태원엔터테인먼트와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조모씨와 에이치씨파트너스가 계속 영화사업을 펼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들이 인수 직후 에너지 관련 사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한 것으로 미뤄볼 때 영화를 중심 사업으로 가져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때문에 기존 직원들은 불안감을 갖고 인수자의 의중을 지켜보고 있으며, 영화계 또한 의미있는 타이틀을 꾸준히 발매해온 스펙트럼 DVD의 향후 진로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다.
결국 ‘공개 시장을 통해 안정적 투자자본을 조달한다’던 충무로의 꿈은 물거품이 되는 것인가. 시네마서비스, MK픽쳐스 등이 그랬듯, 영화산업은 주식시장에서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한 채 철수했다. 물론 주식시장 철수는 대박에 대한 헛된 환상이나 거품이 빠졌다는 면에서 긍정성이 있지만, 영화산업의 허약한 체질을 드러냈다는 점에서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이제야말로 누군가가 제대로 된 한국영화의 산업화 모델을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