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인간 수컷보다 반려동물이 백번 나을 때가 많다. 함께 사는 인간 수컷은 먹은 그릇을 개수대에 쌓고 제 방으로 쏙 들어가버리기 일쑤인데, 흰 가슴털이 아름다운 동거묘 고랑은 설거지가 끝날 때까지 곁을 지켜준다. 물론,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물방울 튀기는 가느다란 물줄기들이 신기해서다. 그래도 꿈보다 해몽이다. 모시고 사는 입장에선 골골골 기분 좋은 소리가 들릴 때까지 수도를 틀어 비위맞추기를 계속한다. <인간 수컷은 필요없어>는 러·일 동시통역사이며 번역가, 작가인 요네하라 마리네 포유류 가족 이야기다. 가족 구성은 이렇다. 독신인 작가와 기억을 잊기 시작한 어머니, 어미 잃고 방황하다 구출된 고양이 남매 무리와 도리, 러시아에서 입양한 고양이 자매 쏘냐와 타냐. 여기에 붙임성 좋은 유기견 겐이 합류했다. 동물과 살아본 경험이 있다면 수명이 짧은 이들과의 만남이 언제고 통곡할 일을 만든다는 걸 알겠지만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슬픔이 곳곳에 숨겨져 있지만 그보다는 요네하라 가족들의 유쾌한 엉뚱함에 폭소가 터지기 때문이다. 관찰자의 입장을 견지하는 작가의 귀여운 문체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한다. 동료 통역사이자 에세이스트인 다마루 구미코가 쓴 추천사 ‘인간 수컷이 필요없는 이유’가 책 말미에 실려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숨가쁘게 웃겨주는 최고의 추천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