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단발머리에 까맣게 그을린 얼굴이 인상적이었던 전도연 주연의 영화 <내 마음의 풍금>(1998)을 기억할는지.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은 영화 버전과 제목은 같지만, “영화보다는 원작에 가까운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는 조광화 연출가의 말에서 짐작건대, 영화의 바탕이 된 하근찬의 소설 <여제자>의 담백하고 소박한 향취를 한결 짙게 품고 있다. 무엇보다 스크린에서나 가능할 섬세한 감정 묘사를 접어두는 대신 주인공 홍연의 급우들을 비롯해 주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살리고 소풍, 운동회 등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벤트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점이 영화 버전과 가장 큰 차이. 순수한 이들의 풋풋한 사랑을 다룬 공연인 만큼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가 은근히 매력적인 열여덟곡의 노래가 김문정, 최주영 작곡가와 이희준 작사가의 호흡 아래 완성됐다. 강동수 선생에게 “아가씨”라는 호칭을 듣고 환호하는 홍연의 귀여운 심리는 <아가씨>라는 곡으로 발랄하게 제시되고, 강동수와 그가 짝사랑하는 양수정 선생을 둘러싼 아이들의 입방정을 노래하는 <학교괴담>은 괴담과 결합시켜 한결 신선하게 다가온다. 강동수 선생이 좋아한다는 케니 브라운의 <Spring Time>도, 실제론 가상의 가수에 창작곡이라지만, 이들의 짝사랑에 절묘하게 어울리는 선곡. 근래 주로 영화에서 활약한 오만석과 뮤지컬 <헤드윅> <이블데드>의 조정석이 강동수 역에, 뮤지컬 <아이다> <맘마미아!>의 이정미와 신인 장은아가 최홍연 역에 더블캐스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