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7살의 쇼’를 보고 “괴통령”과 “갖이 드세요”를 따라하던 아이가, 베이징올림픽을 거치면서 입만 열면 “짝태환”과 “으디어 해냈습니다”를 연발한다. 하여간 시작부터 물량 면에서 입이 쩍 벌어진 행사였다. 특유의 허장성세가 디지털 기술과 만나 엄청난 스펙을 내보였다. 마치 ‘봐라, 이래도 나 무시할래?’ 세계인의 목덜미를 잡고 흔드는 듯했다.
난 솔직히 중국이 무섭다. 개혁·개방 30년 만에 원시인과 우주인이 공생하듯 극심한 계급격차를 겪고 있는 극단의 자본주의와 한국인들이 몰려 있으면 안 된다는 공안의 한마디에 업무상 떼로 출장간 이들의 민박집 예약이 단번에 취소돼버리는 극단의 사회주의가 공존하는 나라라서만은 아니다. 철저한 올림픽 계엄 치하에 자칭 좌파 지식인들조차 “중화민족이 과거의 수치와 굴욕을 뚫고 굴기하는 모습을 만방에 떨쳤다”고 자축하는 모습은 기묘하다못해 살벌하다. 욕망과 공포는 동전의 앞뒷면이다.
베이징 시내 곳곳에 세워진 호화찬란한 ‘세계 최고, 최대, 최상’의 호텔과 복합건물 중에는 건물 안에 박쥐가 날아다니는 곳도 있다고 한다. 겉만 번지르르할 뿐 일부 층을 제외하고는 겨우 뼈대만 있는 상태로 입주와 영업을 하고 있다. 올림픽에 이은 월드컵 개최 노력에는 코딱지만한 일본과 한국도 한 것을 우리가 못해서야, 하는 개탄이 적지 않게 배여 있단다.
물신주의와 중화주의가 결합한 결정적 장면은 개막식 때부터 등장했다. 꾀꼬리처럼 노래 부른 여자아이는 립싱크를 한 것이고, 진짜 가수는 “통통하고 이가 못 생긴” 아이인데, “올바른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었기 때문에, 국가 이익을 위해” 얼굴만 예쁜 소녀를 내세웠다고 개막식 음악 총감독이 ‘당당하게’ 밝혔다. 전세계를 상대로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뻥을 치다니. 최소한의 가치와 윤리에 대한 고민도 염치도 없어 보인다. 이런 몰가치성, 몰염치성을 바탕에 두고 최소 3억명이라는 세계 최대의 중산층 집단이 ‘굴기’한다면?
“이제 중국도 이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내보이게 됐다”며 좋아하는, 성장의 과실이 별로 돌아올 것 같지 않은 늙은 택시 기사의 인터뷰 멘트나 시내 밖으로 소개된 농민공들이 하릴없이 술집에 앉아 파쪼가리 씹으며 “그래도 올림픽은 잘 치러야지” 애국하는 모습 뒤로 화려하게 차려 입은 배불뚝이 비단이 장수 왕서방이 거들먹거리고 있는 듯하다. 완장을 찬 무표정한 이는 그 옆에서 무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