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맞았으나 딱히 할 일은 없는 그들, 크크섬으로 가는 비밀 원정대를 결성했다. 크크섬의 비밀을 풀기 위해, 혹은 조난당한 일일홈쇼핑 구매직원들을 구출하기 위해 나선 길은 결코 아니다. 그런 짓을 왜 하겠는가? “매일 ‘칼퇴근’하고 숨차게 달려 <크크섬의 비밀> 보는 게 낙”(이민주)이고, “베이징올림픽 중계 때문에 <크크섬…>을 한주 쉬는 것은 5공 시절에나 어울리는 발상”(이은경)이라고 성토하는 그들이다. 그렇다면 원정대의 진정한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크크섬행 배 안에서 주인공들처럼 소주잔을 기울이던 원정대는 목놓아 부르짖었다. “정말 그 섬에 가고 싶다”(이성한)고. “화투패라면 나도 꽤 돌렸다. 불곰 신 과장, 람세스 김 과장, 촐싹 윤 대리 트리오를 제압할 자신이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올인씨와 “신 과장-김 과장이 빚어내는 환장의 춤판에 끼고 싶다”는 ㅋㅋkig씨는 넘치는 끼를 주체하기 힘들었나 보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 유행시킨 ‘양머리’에 이어 (윤 대리가 이다희를 간호할 때 사용한) ‘똥수건’ 만드는 비법을 알고 싶다”는 fj73씨는 아무래도 찜질방 관련자인 듯하다. “일일홈쇼핑 구매부에 입사하고 싶다. 낙하산으로다가∼휘리릭!” 하며 웃는 유정훈씨는 청년실업의 현실을 아프게 대변했고, 커다란 선글라스로 얼굴의 절반을 가린 윤송아씨는 “이다희를 둘러싼 러브라인과 관련해 님들과 인기투표를 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윤씨는 “1번 윤 대리-이다희, 2번 심형탁-이다희, 3번 김시후-이다희 중 고르세요”라고 나지막이 속삭였지만 대원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다.
대원들 대부분이 그저 <크크섬…>을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 하나로 배에 올랐다는 점을 확인한 원정대는 비로소 진지한 토론을 시작했다. “얄짤없는 40부작이잖아요. 완전 맘에 든다. 8주 완성 코스!”(간지눈하) “하이킥만큼 재밌는데 시청률이 안 나와서 아쉬워요. 하이킥이 20회에서 팍 터졌으니까 <크크섬…>도 그렇다면, 40회는 너무 짧은 거 아닌가?”(수만이 외동딸) “방송시간이 20분인 건 너무해요. 적어도 30분은 돼야죠.”(양혜경) “이 제작진이 하이킥 때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요. 방송시간 늘리면 다 죽어요. <로스트>처럼 시즌제로 가야죠.”(김은실)
일일시트콤의 한계와 전망이 논의되는 한켠에서 작은 논쟁도 벌어졌다. “이다희 옷 너무 갈아입는 거 아닌가요? 무인도에 조난당한 사람들이 어떻게 만날 깔끔하게 옷을 갈아입습니까?”(늘푸른나무) “님은 여행갈 때 단벌로 가십니까? 이다희가 쑥대머리하고 꼬질한 옷 입고 나오면 속시원하신가요?”(용용) “우리 결혼했어요 서인영씨를 봐요. 하룻밤 자는데 컬렉션하시더만요. 다희도 그랬나보죠. ㅋㅋ”(김진희)
이야기는 결국 ‘크크섬의 비밀이 무엇일까’로 모아졌다. “당장 이혼하고 싶은 박해출 사장이, 부인 친구인 김 부장이 이혼을 방해할까봐 섬으로 보내버린 게 아닐까요?(허지혜) “반전이 있어요. 크크섬은 무인도가 아니라, 마파도처럼 섬 뒤쪽에 마을이 있었던 거죠. 섬 지도 만들다가 마을을 발견한 구매부 직원들은 지상낙원 크크섬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앗, 그런 발상을? 순간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배를 운전하는 선장님의 모습이 보였다. 왜소한 체격에 주름진 얼굴, 긴 머리… 하악, 저 분은 <크크섬…>의 이 선장(이외수)? 근데 왜 이렇게 졸리냐. 누가 소주에 약 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