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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대중영화 혹은 가족영화 <누들>
2008-08-13

휴머니즘 지수★★★ 꼬마 배우 연기력 지수★★★ 어디서 많이 본 지수 ★★★★

“두고 갔으면 어때요. 기념품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무것도 모르는 경찰은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사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스라엘에 엄마 없이 남겨진 여섯살짜리 중국인 아이를 어떻게 기념품 따위에 비교할 수 있을까. 모든 일은 스튜어디스로 일하는 미리(밀리 아비탈)가 비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벌어졌다. 일하던 중국인 가정부가 전화 한 통화를 받고는 1시간 만에 돌아오겠다며 황급히 어디론가 떠난 뒤 돌아오지 않는다. 그녀는 남자아이(바오치 첸)를 남겨놓고 갔으며 수소문 끝에 알게 된 사실은 불법이민자였던 그녀가 이미 강제출국을 당했다는 사실이다. 아이의 엄마는 중국의 베이징에 있는데 이 아이는 어떻게 할 것인가. 미리, 그리고 그녀와 함께 사는 친언니 길라(아낫 왁스만)는 누들(젓가락질을 잘하고 면 음식을 잘 먹는다고 하여 붙여준 소년의 애칭)이 점점 귀여워 데리고 있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친엄마를 찾아 중국에 데려다주기로 마침내 마음먹는다.

<누들>은 뜸들이지 않고 본론으로 들어간다. 그 뒤 많이 본 장면과 예측 가능한 감정 서술로 매너리즘을 끌어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엎어지지 않으면서 비교적 그 감정의 맥락을 잘 이어나가는 편이다. 바오치 첸이라는 소년은 상하이와 홍콩에서 2000 대 1의 경쟁을 뚫고 이스라엘로 날아온 프로 아역 연기자인데, 이 아이의 생김새나 표정은 솔직히 귀엽다기보다는 이미 어른 같은 호소력을 갖고 있어 신기하다. 중요한 건 이렇게 뜬금없이 맡겨진 아이가 늘 어딘가 상처입고 괴로워하는 어른들의 세계를 치료하는 천사로서 등장한다는 점이다. 미리는 남편을 두번이나 잃은 경험이 있으며 언니와 형부는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데다 형부가 마리를 사랑하는 복잡한 관계다. 그리고 언니와 형부 사이에 갈등의 소지를 주었던 언니의 남자까지 돌아온다. 아이의 등장은 비로소 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길을 찾아 나아가도록 계기가 되어준다. 폐쇄적인 인간이거나 상처가 깊은 인간인 그 어른들을 아이가 보살피고 희망을 주는 셈이다. <누들>의 소재와 성취가 한두번 있어왔던 것은 아니지만 불법이민자의 아이라는 현실적인 설정이 이 영화를 높이 평가하는 데 더 근거가 된 것 같다. 어쨌든 <누들>은 길 잃은 아이와 아이를 얻은 어른이라는 테마가 그 어느 지역에서나 가능하며 또 흥미롭게 작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누들>은 모나지 않고 적당한 감상을 허용하는 이스라엘의 대중영화이며 가족영화다.

Tip/2000년대 초반 이스라엘은 불법 외국인노동자 문제가 사회 이슈화됐다고 한다. 당시 아리엘 샤론 총리는 그들을 모두 강제추방할 것을 결정했다. 이 영화의 중요한 동기가 된 사회적 정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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