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당신 때문에 전세계가 난리입니다, 조커씨. 역사상 가장 악랄하고도 매혹적인 악당으로 등극하셨어요. 영웅인 브루스 웨인의 인기를 뛰어넘은 건 물론이고, 투페이스, 펭귄맨, 캣우먼, 미스터 프리즈 등 역대 <배트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모든 악당들, 심지어 역사상 가장 완벽한 악당이라는 ‘잭 니콜슨 조커’보다 더 완벽한 악당의 탄생이라는 평이 있을 정도니까요. =(우물우물!)왜 그렇게 심각해? 난 그딴 거 관심없어. 그냥 난 이 세상이 혼돈에 빠지는 걸 즐길 뿐이라고. 우히히히헤히헤헷!

-맞아요! 실제로 당신은 스스로 ‘혼돈의 앞잡이’라고 말씀하셨죠. 그 말씀은 지울 수 없는 낙인을 새긴 세상을 향한 응징자란 뜻인가요? 법 따위는 우습게 허물어뜨리고 세상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전지자란 뜻인가요? 아니면 어떤 방법으로든 혼돈을 막으려는 배트맨을 견제하고 방해하려는 악의 대변인이란 뜻인가요? =(쩝쩝!)왜 그렇게 심각해? 그딴 영양가없는 궁금증 말고… 내 입가에 흉터가 왜 생겼는지 궁금하지 않아?

-아, 흉터요! 사실 저도 흉터 하면 할 말이 많아요. 여기 제 왼쪽 이마를 보시면 쭉 째진 흉터가 있죠? 이게 왜 생겼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8살 때 동네 놀이터에서 여동생이 탄 그네를 밀어주다 그만 그네가 돌아오는 속도를 계산하지 못하고 박치기를 해서 생긴 건데…. 코흘리개 꼬마가 가속도의 법칙이니, 관성의 법칙 같은 걸 이해할 리도 없고, 게다가 세상에! 그 그네가 무지막지하게 큰 쇠그네였던 거 있죠. 그런 그네에 들입다 박치기를 했으니 이마가 성할 리 없죠. 그래서 그 이후로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그네를 타고 있는 모습을 보면 흐뭇한 맘이 들기보다 엄청난 불안감과 혼란에 휩싸이곤 해요. =(우물우물!)꽤나 운이 없었군. 그래, 그럼 내 입가에 왜 흉터가 생겼는지….

-아, 또 여기 제 오른쪽 턱을 보시면 움푹 팬 흉터가 있죠? 이게 또 왜 생겼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이게 또 엄청난 사연이 있는 거예요. 2년 전이었던가 오른쪽 아래턱의 사랑니에 염증이 생겨서 한 개인치과에 사랑니를 뽑으러 갔는데, 어찌나 삐뚜로 박혔던지 레이저로 조각조각 가르고 감자 캐듯 뽑아냈거든요. 그런데 그 뒤에 염증이 생겼는데 세상에! 뼛속까지 염증이 생긴 거예요. 하악골수염이라나? 염증이 생긴 뼈를 긁어내지 않으면 완치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피부를 째서 상한 뼈를 긁어냈는데, 자라나는 애들 뼈도 아니고 아직 뼈가 다 차지 않아서 이렇게 움푹 팬 흉한 모습이 된 거죠. 그래서 그 이후로 턱이 매끈하니 멋진 사람들만 보면 엄청난 질투심과 시기심이 생기곤 해요. =(쩝…쩝…!)그, 그래! 꽤나 아팠겠군. 그럼 다시 내 입가에 흉터 이야기를….

-아! 생각해보니 그 사연을 들으면 깜짝 놀랄 만한 흉터가 또 있어요. (오른쪽 바지를 끌어올리며) 여기 오른쪽 무릎을 보시면 열 바늘 꿰맨 흉터 보이시죠. 초승달 모양으로 생긴 게 그러고 보니 조커씨 입가의 흉터랑도 닮았네요. 이게 어떻게 생긴 거냐면…. =(조커, 갑자기 버럭 달려들어 기자의 입에 칼을 들이대며)그…, 그딴 흉터 이야기는 더이상 듣고 싶지 않아. 한번만 더 흉터 이야기를 하면 네 얼굴에 흉터 하나를 더 새겨주겠어. 난 한번 내뱉은 말은 지키는 사람이란 걸 명심해.

-아니, 왜 그렇게 심각해요? (조커를 밀어낸 다음 오른쪽 턱을 실룩거리며) 그런 식으로 반응하는 게 바로 코미디의 부정적인 이면이라니까.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방금처럼 한방 맞게 되는 거니까요. 배트맨이나 혹은 조커씨 당신한테서처럼. 우히히히헤히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