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 연출 바람이 불었나? 마크 러팔로, 에릭 바나, 데미 무어가 일제히 감독 데뷔를 노리고 있다. 최근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셔터 아일랜드>를 비롯해 4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바쁘게 발품을 팔던 러팔로는 놀랍게도 그 와중에 장편 극영화 <딜리셔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가 메가폰을 쥐고 출연도 하는 <딜리셔스>는 사고로 전신마비를 당한 남자가 종교에 투신하면서 치유의 능력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 다만 그 능력이 자신에게만큼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아이러니를 발견하면서 그는 고통에 빠진다. <스파이더 맨> 시리즈의 훈남 제임스 프랭코가 주인공으로 이미 승선했고, 러팔로는 그를 위로하는 예수회 사제를 연기할 예정이다.
에릭 바나가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작품은 매우 사적인 다큐멘터리 <비스트>다. 바나가 25년 동안 열렬하고도 한결같은 사랑을 바쳤던 여인… 이 아니라 애마(!) ‘1974년형 포드 팔콘 쿠페’를 조명하는 작품. 바나는 2년에 걸쳐 촬영을 했고, 그동안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의 여행”을 떠났다고 감격스레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취미를 갖는다는 것의 중요함과 인생을 최대한 누린다는 것의 의미를 탐험하는 작품”이라는 연출의 변까지 토로했다. 영국 방송 사상 최고의 히트작이자 자동차 마니아들의 인기 프로그램 <톱 기어>의 뻔뻔스러운 사회자 제레미 클락슨이 카메오로 등장한다는 후문이다.
한편 데미 무어가 연출하는 것은 단편영화다. 이미 제니퍼 애니스톤, 커스틴 던스트, 기네스 팰트로 등의 여배우에게 메가폰을 쥐어주었던 잡지 <글래머>의 연례 프로젝트 ‘릴 모먼츠’의 다음 타자로 선정된 것. 무어의 첫 연출작이 어떤 내용인지는 일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연으로 출연한 브리트니 스노(<헤어스프레이> <프롬 나잇>)는 “재능도 뛰어난데다가 너무 쿨한 사람”이라며 무어에 대한 칭찬을 여기저기 흘리고 있다. 스노우에 따르면 무어는 “매일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화장도 하지 않을 정도”로 연출에 집중했다고. 세 배우의 첫 데뷔작. 과실의 맛이야 수확한 뒤에야 알 수 있겠지만, 그 의욕만큼이야 나무랄 사람이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