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계절에 즈음해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2000년 시드니올림픽 참관기가 번역, 출간됐다. 원제는 <시드니!>. 아마추어 마라토너이기도 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잡지 <넘버>의 의뢰를 받아들여 시드니 현지에 올림픽 기간 내내 머무르며 매일 원고지 30매를 송고했다. 프레스카드를 패용한 사람치고 작가의 태도는 매우 느긋하고 시큰둥하다. 호주 역사를 간략히 일별하기도 하고 동물원 구경을 가서 코알라처럼 패기없는 동물이 멸종되지 않은 데에 감탄하기도 한다. 속도위반 딱지를 떼는가 하면 노트북을 도둑맞는 불상사도 겪는다. 일금 10만엔이나 주고 들어간 올림픽 개회식에 대해 지루하고 무의미함을 토로할 때는 “대체 왜 갔지?”라는 질문이 떠오르기도 한다. 무라카미가 열중하는 종목은 평소 취향대로 마라톤을 비롯한 육상과 철인3종, 야구다. 특히 달리는 인간에 대한 관찰과 육상 경기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파하는 문장은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다. 프로리그가 있는 축구, 야구 등 종목을 제외하고 개최지를 아테네로 한정해 유치경쟁과 상업화를 저지하자는 제안도 솔깃하다. 중도포기하거나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두 마라톤 선수를 인터뷰하고 서술한 장은, “승리하건 패배하건 그 이후에도 인간은 살아가야한다”는 작가의 소설과 상통하는 관점에 입각해 있다. 세상에는 올림픽을 보면서 소설을 구상할 수 있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