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한대 다 피워갈 무렵 다마가와 강둑에 이르렀다. 이제부터 이 둑에서 싸움을 하고 애인을 사귀어 키스를 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담배를 땅바닥에 던지고 짓밟았다.” 불량학생이 되고자 하는 로망을 가진 시나노가와 히로시는 중학교 3학년 2학기에 전학을 간다. 아는 사람이 없는 동네의 새 학교에서 관계나 생활을 게임에서처럼 리셋하고 히로시가 얻은 것은 꿈에 그리던 불량한 친구들이다. 히로시는 다쓰야를 비롯한 친구들과 어울려 적들과 맞장을 뜨며 중학 생활에서의 마지막 나날을 보낸다. 말썽을 부리면 가정재판소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소년원에 가야 하고, 삶과 죽음의 문제에 닥쳐서 깨달음을 얻는 고등학생 히로시의 이야기보다는 있는 힘을 다해 불량해지겠다는 생각으로 불량함을 갈고닦는 히로시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80년대에 십대를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드래곤볼> <비밥 하이스쿨> 같은 만화들이 소설 곳곳에서 이야기 소재나 비유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이 책을 쓴 시나가와 히로시는 일본의 개그맨으로, 근육맨 쇼지 도모하루와 콤비를 이뤄 ‘시나가와 쇼지’팀으로 활동한다. 시나가와 히로시의 어린 시절이 이 책에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는 작은 재미 하나를 보탠다.